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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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브리핑에서 화제 된 파리올림픽 ‘최후의만찬’ 논란

취재진 “대통령도 기독교인… 어떻게 보나”
대변인 “그 문제에 관해선 공유할 것 없어”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드래그퀸(여장남자) 장면을 둘러싼 이른바 신성모독 논란의 불똥이 미국 백악관까지 튀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인데 백악관은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반면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망신스러운 일”이라며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임기 첫 해인 2021년 10월 바티칸시티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바이든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AP연합뉴스

7월31일(현지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을 위한 정례 브리핑에선 올림픽 개막식의 신성모독 논란이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 26일 개막식 축하 공연 당시 ‘고대 그리스 신들이 올림포스 산에서 잔치를 벌이는 장면’이라는 해설과 함께 여러 명의 배우가 독특한 의상을 입고 출연했다. 그런데 공연 후 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의 설명과 달리 해당 장면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만찬’을 조롱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최후의만찬은 예수 그리스도가 로마제국 병사들에게 체포되기 직전 그의 사도들과 마지막으로 함께한 저녁식사를 묘사한 그림이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구도의 장면에 여장남자들을 등장시킨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게 기독교계 일각의 지적이다.

 

마침 바이든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하고 주말마다 교회를 찾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이 점을 의식한 듯 한 기자는 “대통령이 개막식 최후의만찬 그 논란의 장면을 보느냐”며 “전 세계 수백만명의 기독교인들이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도 기독교인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다소 곤란한 듯 “질문에는 감사 드리나 그 문제에 관해선 공유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바이든이 직접 TV로 문제의 장면을 시청했는지에 대해 장피에르 대변인은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함구로 일관했다.

 

백악관의 이런 태도는 트럼프와 대조를 이룬다. 지난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최후의만찬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나는 마음이 열린 사람이지만, 그들이 한 짓은 망신스러운 일”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마침 다음 하계올림픽은 오는 202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만약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이기면 LA 올림픽 개막식은 트럼프가 개회 선언을 하게 된다. 트럼프는 “LA 올림픽 개막식에선 최후의만찬 같은 논란의 연출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