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불나면 잘 안 꺼지는 전기차 사도 되나요?” [수민이가 궁금해요]

잇단 전기차 화재에 소비자 불안감 ↑
산업계, 전기차 지상 주차장 이용 권고
완성차 업계 “산업 활력 줄어들까 우려”

#1.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480여세대의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 불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중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불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소방당국은 이중 40대가 불에 탔고, 100여대가 열손과 그을림 등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했다. 

 

#2. 6일 충남 금산에서 주차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쯤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 1층에 주차 중이던 차에 불이 나고 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12대와 인력 35명을 투입해 1시간 37분 만에 불을 껐다.

지난 2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공포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법으로 규정된 전기차 충전기 설치 의무를 꺼리거나,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아파트 단지가 늘고 있다.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화재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3건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40대 직장인 송모씨는 “가성비가 뛰어난 전기차가 연이어 출시돼 구매를 검토했는데, 연이은 화재 소식에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솔직히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30대 주부 이모씨도 “전기차는 각종 혜택이 많고 충전 비용이 저렴해 신차를 알아보고 있었다”며 “하지만 화재가 잦고 진화도 쉽지 않아 고민이 많다”고 했다.

 

산업계도 전기차의 지상 주차장을 권고하고 있다. 자칫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어서다.

지난 6일 충남 금산군 금산읍의 한 주차타워에 주차 중이던 전기차 밑에서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불을 끄고 있다. 금산소방서 제공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일 경기 파주 사업장 내 전기차 이용자는 지상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권고했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소 이용을 자제하도록 했고 대신 신규 충전소를 지상에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는 “단지 내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이용 시 안전에 유의 바란다”고 공지했다.

 

SK하이닉스도 전기차를 지상 주차장에 주차할 것을 권고했다. SK하이닉스 사업장 지하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따로 없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지상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완성차 업계도 비상이다.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대중화 모델로 현 상황을 돌파하려던 제조사 입장에서는 대형 악재를 만난 셈이다.

 

현재 전기차 모델로는 기아 EV3,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비롯해 볼보 EX30, GM 이쿼녹스, 폴스타 폴스타4 등이 국내 판매를 앞두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기차를 둘러싼 안전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며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금지하는 식의 규제가 도입되면 전기차 인프라 확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의 잇따른 사고가 배터리 산업 전반에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