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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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소리 반찬삼아… 생선구이의 고소함에 빠지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양양 전주식당

제비 둥지가 친근하게 자리잡은 식당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 분주히 움직여
생선들의 노릇한 기름 향 코를 찔러
촉촉하게 구워진 생선구이 절로 미소
개운한 국물의 해물뚝배기 먹어봐야
바닷가 근처에서 먹는 생선요리만큼 맛있는 게 또 있을까. 여름 휴가 때마다 찾는 동해는 수영보다도 파도 소리를 반찬 삼아 먹는 미식이 더 기대된다. 제비가 둥지를 튼 양양의 ‘전주식당’은 고소하고 담백한 생선구이와 얼큰한 해물뚝배기가 주력메뉴인 지역의 맛집이다.

 

◆양양의 전주식당

여름 바다는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설레게 한다. 동해바다의 드넓은 푸르름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 세상에 대한 상상력을 품기에 충분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으면 그동안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밀려가는 파도와 같이 거품처럼 사라져 가는 기분이다. 여름 때마다 동해를 찾지만 정작 수영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군대 있을 적 포항 앞바다에서 수영하다 휩쓸려 간 기억 때문일까. 선임 둘과 같이 발이 닿지 않는 멀리까지 파도에 밀려가다 죽기 살기로 헤엄을 쳐 해변에 도착했을 땐 다른 전우들은 우리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해를 찾는 이유는 그 푸른 바다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다양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름밤 모래 해변을 맨발로 걸으며 들리는 사부작사부작 소리, 파도 소리를 들으며 먹는 회나 생선구이, 눈 안쪽까지 시원해질 것 같은 그 바닷바람, 푸른 바다 위 경계를 이루는 짙은 뭉게구름,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여름 바다의 매력이다.

 

전주식당 한상

이번 여름 휴가도 가족들과 함께 동해를 찾았다. 아들이 좋아할 만한 펜션을 예약하고 입실 전 바닷가의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여름 한낮의 낙산해수욕장은 바다 구경이고 뭐고 할 거 없이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주차를 하고 찾은 생선구이 음식점인 양양의 ‘전주식당’은 제비 둥지가 친근하게 자리 잡고 있는 식당으로 나이 지긋한 어머님들이 마치 어벤저스처럼 정신없이 바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주방 안쪽에서는 끊임없이 생선을 굽고 탕을 끓이며 뜨거운 열기와 싸우고 있었는데 손님이 바삐 들어오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어수선해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이 참 인상 깊었다. 한두 해 합을 맞춘 솜씨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 낮임에도 손님들로 북적이는 식당 내부는 생선구이 냄새가 가득했다. 생선구이는 탕과 세트로 주문할 수가 있었고 오징어볶음이나 낙지볶음처럼 매콤한 볶음 메뉴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런 생선구이집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전주식당도 다를 바 없다. 그런 손님들 사이에서 밥을 먹고 있자면 마치 잔칫집 친척들과 함께 밥을 먹는 느낌이 나 마음이 푸근해진다.

 

생선구이

◆생선구이와 해물뚝배기

하얀 비닐로 덮인 테이블에 앉아 생선구이와 해물뚝배기 세트를 주문했다. 곧바로 자리에 반찬이 차려졌다. 백반집같이 놓인 정감 가는 찬들을 맛보며 생선구이를 기다렸다. 처마에 자리 잡은 제비집에서 제비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다 보니 해물뚝배기와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가 나왔다. 방금 막 구운 듯한 생선들의 노릇한 기름 향이 코를 찌른다. 젓가락으로 떼어낸 생선살은 완벽한 온도로 구워낸 듯 촉촉함을 유지하고 있다. 생선살을 밥 위에 얹어 입에 넣으니 짭조름한 생선의 구운 감칠맛과 밥의 조화가 절로 미소 짓게 한다.

해물뚝배기에는 게와 골뱅이, 조개새우, 곤이 등 다양한 해산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칼칼하고 개운한 국물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시원한 맛으로 이곳 사장님의 요리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곤이와 이리는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신선한 곤이를 먹고 있자면 종종 밀키트로 주문해 먹었던 알탕이나 동태탕이 썩 훌륭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선구이와 해물뚝배기 세트, 그리고 정감 가는 반찬들을 먹다 보면 밥 한 공기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식탁 위의 음식을 다 비우고 나오는 속이 참 편안하다. 문을 나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 해물뚝배기의 그 개운함이 입안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해물뚝배기

◆해물탕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해산물 요리가 특히 발전해 있다. 갓 잡은 식감 좋은 회나 양념에 버무려 끓인 생선조림, 반건조해 구워낸 생선구이,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얼리고 말린 명태 등 정말 맛있는 해산물 요리가 다양하다. 해산물 요리 중 다양한 바다 식재료를 넣고 끓이는 해물탕은 특히 맛이 없을 수가 없는 메뉴다. 조개나 꽃게, 새우 등 단일 재료만으로도 육수가 우러나오는 그 재료를 합쳐 다양하게 넣은 만큼 그 감칠맛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된장이나 고추장, 고춧가루 같은 베이스가 되는 양념에 무, 콩나물 등 재료를 추가하여 끓이기만 하면 바다의 깊은 감칠맛이 올라온다. 비슷한 요리로는 매운탕이 있는데 해산물이 주가 된다면 해물탕, 생선이 주가 된다면 매운탕이라고 하면 된다. 해물탕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요리가 분포되어 있다. 토마토와 야채를 이용한 미국 캘리포니아식 해산물 스튜인 치오피노나 프랑스식 해산물 스튜인 부야베스, 스페인식 사르수엘라가 있는데 각 지역의 바다에서 잡아 올린 해산물을 넣고 끓인 요리들로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다.

 

부야베스
■해산물 부야베스 만들기

<재료>

새우 3마리, 꽃게 1마리, 바지락 100g, 광어살 100g, 오징어 1/2마리, 토마토소스 150g, 양파 50g, 마늘 30g, 당근 30g, 감자 50g, 버터 3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30㎖, 다진 바질 3g, 다진 파슬리 3g, 물 1ℓ, 소금 약간, 후추 약간, 화이트 와인 50㎖.

<만드는 법>

① 냄비에 버터를 두르고 스몰 다이스한 야채를 볶아준다. ② 야채가 볶아지면 해산물을 넣고 화이트 와인을 넣고 졸여준다. ③ 와인이 졸면 물을 넣은 뒤 30분간 천천히 끓여 준다. ④ 토마토소스와 다진 허브, 소금 후추를 넣고 끓여주다 농도가 나오면 마지막으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뿌려 마무리한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