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수련 거쳐야 개원하는 ‘진료 면허제’, 환자 위해선 필요하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의대 교수들이 주1회 휴진에 돌입한 30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4.04.30. lmy@newsis.com

정부가 의료개혁의 하나로 의대를 갓 졸업한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이른바 ‘진료 면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 방식과 내용은 의료개혁특위 산하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한다고 한다. 지금은 의대 졸업 후 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면허를 따면 일반의로서 환자를 독립 진료(개원 포함)할 수 있다.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별도 수련 없이 곧바로 일반의로 진료를 시작하는 비율은 2013년 약 12%에서 2021년 16%로 높아졌다. 또 최근 사직 전공의들이 대거 개원가로 몰리면서 일반의로 근무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그제 브리핑에서 “의료법 제정 당시의 면허 체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의사 면허와 독립 진료 역량의 연관성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열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공개 토론회에선 인턴을 독립적 임상 의사로 양성할 수 있도록 평가·인증 후 별도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6년 의대 교육만 이수하고 독립 진료를 하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1년인 인턴 기간이 2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료 사고가 갈수록 늘고 있는 터라 의사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건 불가피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의료 선진국들도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의사 면허를 딴 뒤 2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진료 면허를 따로 부여한다. 미국은 3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의사 면허를 주고, 일본은 의대 졸업 후 국가시험을 통과한 뒤 2년간 임상 수련을 해야 독립 진료 자격을 준다. 캐나다에서도 졸업 후 2년간 교육을 받아야 면허를 딸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독립 진료를 할 수 있는 절차와 과정이 훨씬 엄격한 것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진료 면허제는 현행 면허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도입 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배출이 급감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저임금 노동력을 원하는 정부와 일부 병원장에게만 좋은 꼴이 될 뿐”이라고도 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친다. 현재도 의대 졸업생 약 90%는 수련 후 개원하기 때문에 ‘개원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로 보긴 어렵다. 진료 면허제가 도입되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해 의료현장을 마비시키는 폐단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검증된 의사들에게 보다 나은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