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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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법 통과에 의사 반발… 의·정 갈등 악화일로

의협 “의료현장 아수라장 돼 국민 피해”
與 제안 ‘증원 중재안’마저 사실상 거부

전공의 1만2000여명이 6개월 넘게 수련을 포기하면서 전국 병원의 응급실 위기상황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의 의료행위 법제화 등을 담은 간호법이 통과되자 의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에 제안한 ‘의대증원 중재안’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7개월에 접어든 의·정 갈등은 악화일로다.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안을 골자로하는 간호법이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28일 대전 중구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8일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간호법은 직역 갈등을 심화시키고 전공의 수련 생태계를 파괴하는 의료악법이며 간호사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각종 불상사의 책임에 직면하게 하는 자충수의 법”이라며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가 만연하고 의료현장은 아수라장이 돼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협은) 간호사들의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와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통과에 “불법의료를 근절하고 환자안전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최근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거부된 것으로 알려진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보류’ 안을 두고도 의·정 간 불협화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앞서 한 대표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한 후 이 같은 제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전공의들이 ‘2025학년 증원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한 대표는 ‘2025학년도 증원은 돌이킬 수 없지만 2026학년도 증원은 재논의하자’는 것이라 전공의 입장과 차이가 컸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입장 변화는 없다. 언론의 무리한 해석에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2025학년도 1509명 증원도 불합리하고 근거 없이 진행됐다는 것이 국회 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다”며 “그런데도 이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중재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간호법 통과를 맹비난하는 가운데 여당 중재안마저 거부하면서 의·정 간 대화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결자해지’ 목소리가 다시 나오지만, 전공의들이 대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정재영·조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