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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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폭염… ‘찜통더위’ 사실상 끝났다

전국 대부분 열대야 물러가

서울 38일만에 폭염특보 해제
제주는 47일만에 열대야 멈춤

2일 전국 곳곳 더위 식힐 비
중부·남부 일부 시원해질 듯
11일까진 낮 29∼33도 ‘늦더위’
‘가장 무더운 여름’ 기록될 전망

전 국민을 힘들게 하던 폭염의 기세가 차츰 꺾이고 있다. 당분간 낮에는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겠지만, 이전과 같은 ‘찜통더위’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보인다. 더위는 물러가지만 이번 여름은 1994년과 2018년에 세워진 각종 더위 기록을 갈아치우며 ‘가장 무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7월24일 폭염특보가 발령된 지 38일 만인 전날 폭염주의보가 해제됐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영동 지방 등은 대체로 폭염특보에서 벗어난 가운데, 전남과 경상권 일부 지역에 내려졌던 폭염경보는 주의보로 하향됐다. 간밤 제주 북부는 최저기온이 23.9도로 내려가며 7월15일부터 47일 연속으로 이어지던 열대야 기록이 멈췄다.

9월의 첫날… “많이 시원해졌네” 1일 경기 남양주한강변공원 삼패지구를 찾은 시민들이 활짝 핀 황화 코스모스 사이에서 자전거 타기를 즐기고 있다. 8월 마지막 날인 31일 오후 5시를 기해 서울과 인천, 대전, 세종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폭염특보가 해제되거나 경보에서 주의보로 단계가 낮아졌다. 남양주=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1일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29∼33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늦더위가 한동안 이어지겠지만, 35도가 넘는 ‘가마솥 폭염’은 사실상 끝났다는 설명이다. 아침 기온은 18∼26도로 예보돼 남해안과 제주도 일부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물러갈 전망이다. 한반도를 견고하게 덮고 있던 두 겹의 따뜻한 상층 고기압이 약화되는 기압계 변동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 2일 전국 곳곳에 비가 내리면서 중부와 남부 일부 지역의 더위는 한층 누그러질 전망이다.

전국을 펄펄 끓게 만들었던 올여름 폭염은 수많은 여름 기록을 새로 썼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올해 열대야일수가 20.2일로 1994년(16.8일)과 2018년(16.6일) 기록을 크게 앞질러 역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한 달 열대야일수만 11.3일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입추와 처서를 지나 8월 하순까지 강력하고 긴 더위가 이어진 점도 유별났다. 지난달 폭염일수는 16일로, 2016년(16.6일)에 이어 관련 통계를 집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27.9도로 1973년 현재의 기상 관측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 8월 기온으로는 1위를 기록했다. 2018년(27.1도)보다도 0.8도가 높았다.

일 평균기온 기록도 여러 차례 갈아치웠다. 지난달 2일 강원 태백(28.5도), 경남 합천(30.9도)을 시작으로 기상청의 66개 관측지점 중 13곳에서 1위 기록이 새롭게 쓰였다.

폭염 관련 인명·재산 피해도 역대급을 기록했다. 행정안전부 국민 안전관리 일일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15명이 추가됐다. 올해 5월20일 응급실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누적 온열질환자는 32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678명보다 600명 이상 늘었다. 온열질환 관련 사망자(추정)는 30명이다. 가축폐사는 117만8000마리까지 늘었다. 가금류가 110만4000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돼지가 7만4000마리 죽었다. 양식 피해도 2949만9000마리에 달했다.


이규희·구윤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