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3일(현지시간) 10% 가까이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9.53% 급락한 1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 2789억 달러(약 374조원)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이날 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내면서 애플(-2.72%)과 마이크로소프트(-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지만, 엔비디아의 낙폭이 가장 컸다.
또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평가받는 미 반도체 기업 AMD가 7.82% 떨어진 것을 비롯해 다른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는 각각 6.16%와 6.53% 하락했다. 퀄컴도 6.88% 떨어졌다.
이에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75% 급락했다. 시장 약세 속에 AI 거품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매도세가 강화됐다. JP모건 자산운용 시장·투자 전략 부문 책임자인 마이클 쳄발레스트는 “AI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기 전에는 AI에 대한 지출이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투자연구소장 장 보이빈은 “AI 도약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몇 분기가 아니라 몇 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고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브라이언 멀버리는 경기 둔화와 실업률 상승 우려에 따른 시장 변동성을 “가장 고평가된 섹터를 먼저 강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가 엔비디아에 ‘반독점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더 내리막세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와 일부 다른 기업들에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에 대한 소환장(subpoena)을 보냈다고 이날 보도했다. 소환장은 특정인에게 증거 제출이나 출석을 명령하는 공식적인 문서다. 보도에 따르면 소식통은 “법무부 이전에 기업에 설문지를 발송했는데, 이제는 수령인이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요청을 보냈다”고 전했다. 통신은 “소환장을 송부함으로써 법무부의 조사는 정식 고발(formal complaint)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반독점법 담당자들은 엔비디아가 사용 기업들이 다른 AI 칩 공급업체로 바꾸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자사 AI 칩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기업에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날 미 기술 분야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법무부가 경쟁업체들이 AI 칩 판매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이 행사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을 확인 중이라고 보도했다. AMD 등 경쟁업체들은 엔비디아가 우월적 위치를 이용해 다른 업체 칩을 구매하는 기업에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위협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