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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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 도의원에 ‘지적 수준’ 발언 논란

도정질문 제2공항 질의에 “해석 못하면 지적 수준에 문제”
의장 “도의회 폄훼 실망스러운 발언”… 오, 공식 사과 “적절치 못한 표현”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 과정에서 오영훈 지사의 답변 태도를 놓고 또 논란이 일었다.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은 4일 오전 열린 제43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민의의 전당에서 (전날) 도지사의 발언은 도의회를 폄훼하는 실망스러운 발언”이라며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4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사과하는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의회 제공

이 의장은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발언과 태도는 제주의 민주주의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라며 “도민의 뜻을 논하는 데 있어서 찬반은 있을 수 있으나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없다. 도민께 품격 있는 정치를 보여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지사는 전날 국민의힘 김황국 의원의 도정질문 과정에서 다소 거친 답변을 해 논란이 일었다.

 

오 지사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묻는 김 의원이 질의에 “제2공항과 관련돼 일관된 입장을 얘기해 왔다. 공항시설 확충은 필요하지만, 환경적인 문제가 심각해 동의 절차를 받지 못하면 못한다는 입장에서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며 “(제2공항) 고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석하지도 못하면 그것은 지적 수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답변했다.

 

김 의원이 즉각 반발하자 오 지사는 “지적 수준에 대한 문제 제기는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상봉 의장이 유감을 표명하자 따로 발언기회를 받아 공식 사과했다.

 

오 지사는 “(전날) 답변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이 일부 있었고 언성을 높이는 등 의회를 경시하는 듯한 해석이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 의원 출신으로서 의회주의자라는 점을 항상 명심하고 있다. 앞으로 더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도정질문하는 김황국 의원. 제주도의회 제공

전날 오 지사의 거친 발언은 김 의원의 앞선 질의와 무관치 않다.

 

발단은 김 의원이 오 지사의 중국계 투자기업 ‘백통신원 리조트 방문’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김 의원은 ‘당초 예정보다 투자 규모를 줄이고, 감면을 받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백통신원 사업장에 오 지사가 최근 방문했다”며 “공무원을 11명이나 대동하고 이 업체를 방문한 것에 대해 지사의 입으로 해명하지 않으면 또 다른 의혹이 생길 것 같다”고 답변을 요구했다.

 

오 지사는 “모 언론사의 방송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제소를 했고, 반박하는 내용이 다시 방송됐다”며 “그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김 의원은 “해명조차도 대변인으로 하여금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방문했다’고 했는데 앞뒤가 안맞는 것 아닌가. 지나가다가 우연히 방문한 것은 아니지 않았나”라고 추궁하자 오 지사는 “무슨 의혹을 말하는 것이냐. 방문한 자체가 의혹이 되지는 않는 것 아니냐”라고 맞섰다.

 

오 지사는 “내가 특혜를 제공받았다거나, 어떤 대가를 받았다라든가, 이런 게 성립돼야 하는 것 아니냐. 왜 업체를 방문했냐 하는 것은 지나친 의혹 제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도정질문 마치고 의원석으로 돌아가는 김황국 의원(국민의힘)과 오영훈 제주지사. 제주도의회 제공

오 지사의 답변 태도는 지난 4월 열린 도정질문 과정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오 지사는 지난 4월 16∼18일 도정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언성을 높였다가 “성숙하지 못한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거나 또 마음을 아프게 한 게 있다면 그건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며 사과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고 “본인의 감정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도민의 대표에게 인격 모독 수준의 망발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도적으로 망신 주기를 하고 싶어 자행한 폭언이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며 “견제받고 싶지 않고 독선과 오만의 질주를 하겠다고 선포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