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형제 vs 모녀’ 경영권 갈등 한미사이언스, 1대 주주로 신동국 등극

한양정밀 회장, 창업주 일가의 모녀 지분 인수… 3자 연합 구성
임종윤·임종훈 등 형제연합 강력 저항… 경영권 분쟁 지속 전망

경영권 갈등이 일고 있는 한미사이언스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대 주주 지위에 오르면서 전환점을 맞게 됐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일가의 모녀 지분을 인수하고 대주주 3자 연합을 구성했다. 향후 창업주 일가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의 해임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등 형제연합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4일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한미사이언스 지분 12.43%를 가진 신 회장은 지난 7월 3일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모녀가 가진 한미사이언스 지분 가운데 444만4187주(6.5% 지분)를 1644억여원에 매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 본사 건물. 네이버 지도 캡처

신 회장 등은 7월 11일 계약 내용을 변경해 매수인으로 자신뿐 아니라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한양정밀까지 추가하면서 자신과 한양정밀, 송 회장, 임 부회장 등 4자가 이사회 구성 등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고, 이들 4자 가운데 지분을 매각하려고 하면 다른 주주가 우선매수권과 동반 매각참여권을 가지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주 간 계약도 체결했다.

 

이날 계약이 마무리됨에 따라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약 14.97%, 한양정밀은 약 3.95%가 된다.

 

신 회장의 지분은 현재 경영권 분쟁 중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12.46%),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9.15%)를 비롯해 임 부회장(9.70%), 송 회장(6.16%) 등 창업주 가족 누구보다도 많다. 창업주 가족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산한 지분에는 못 미치지만, 임종윤 이사 등 창업주 가족의 지분이 상속세 납부나 투자 자금 마련 등을 이유로 상당 부분 주식담보 대출에 묶여있음을 고려하면 담보가 잡히지 않은 신 회장의 지분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또 그룹의 핵심 사업회사인 한미약품 지분도 7.72% 가져 한미사이언스(41.42%)와 국민연금(9.27%)에 이은 3대 주주다. 한양정밀 역시 지난해 말 기준 한미약품 지분 1.4%를 갖고 있다.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인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고교 후배로 창업주 가족과 30여년 인연을 맺은 신 회장은 그동안 그룹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지만, 올해 초 송 회장·임 부회장 모녀가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추진하고 임종윤·종훈 형제와 경영권을 놓고 다투면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OCI그룹과 통합을 반대하고 형제 측 지지를 선언하면서 의결권을 행사, 형제 측이 당시 약 2%포인트 지분 차로 승리해 그룹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이어 지난 6월 임종윤·종훈 형제와 함께 한미약품 이사로도 선임됐다.

 

하지만 이후 주총에서 반대편에 섰던 송 회장, 임 부회장과 함께 3자 연합을 구성한 뒤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을 내세우며 형제 측이 장악한 그룹 경영 상황을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개편 추진 의사를 밝혔다.

 

현재 신 회장 측은 지난 2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 관련 추가 문건을 한미사이언스측에 보냈다. 3자연합은 당초 주장했던 이사회 구성원수 2인 추가 대신 1인 추가(현재 10인에서 11인)정관변경과 더불어 현재 공석인 1인과 추가 1인 몫에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 신 회장의 주식확보 등을 경영권 장악으로 규정한 한미사이언스측은 “신 회장 본인은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부담스럽다고 밝힌 것으로 미루어 임주현 부회장을 지주사 대표로 앉히려는 수순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OCI를 통한 경영권 장악, 금번에는 신 회장을 등에 엎은 경영권 장악 등 ‘기-승-전-경영권획득’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OCI와의 거래는 회사를 그냥 통째로 넘기는 것”이라며 “3자연합이 추진하는 전문경영체제라는 것도 결국에는 회사의 실제주인이 신 회장으로 바뀌고, 회사경영은 허수아비 전문경영인이 이들의 지시를 수행하는 파행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