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성장률이 저조한 국내증시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나선 상황이지만 기업 지배구조 등 주주권리 보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금감원과 국민연금공단,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박유경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전무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30년간 7배 성장했는데 코스피는 3배 성장했다”며 “GDP가 성장한 만큼 코스피가 성장했다면 지수가 6000이 넘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시장은 저평가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자본시장에서 평가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박 전무는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를 약점으로 꼽았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등 주주권리를 보장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마르 길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 사무총장도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출범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로 보이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ACGA는 최근 발간한 ‘CG Watch 2023’ 보고서에서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점수를 아시아 12개국 중 8위로 평가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 역시 기업의 주주권리 확대를 촉구했다.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은 “국민연금이 참여하는 주주총회 중 200여개가 3월 특정 주에 몰려 있다”며 “여러 차례 분산 개최를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반응이 없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 자리에서 “연기금과 운용사가 자본시장 내 핵심 투자주체로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며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준수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 공적연금(GPIF)이 자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시장의 저평가 해소에 기여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민연금의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