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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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의사 수술대 올라... ‘깐부’ 동아리 여파 심각

의사·임원 구속기소... 대학생 2명 불구속
마약 투약 의사, 당일 7명 환자 수술... 업무방해죄 검토

수도권 명문대생이 주축인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를 통해 유통된 마약이 동아리 회원을 넘어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마약을 투약한 의사가 환자 수술을 진행하고, 상장사 임원이 마약 투약 후 서울 시내를 운전한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26일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를 통해 유통된 마약이 동아리 회원이 아닌 일반인들에게까지 확산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새롭게 적발된 30대 대형병원 의사 A씨와 40대 코스닥 상장사 임원 B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12일 구속 기소했다. 또한 대학생 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회사원 1명에 대해서는 단순 투약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깐부’ 동아리 회장 염모(31)씨는 고급 호텔과 클럽 등에서 동아리와 무관한 사람들을 초대해 마약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수도권 소재 주요 명문대 재학생, 대형병원 의사 등이 마약 구매 및 투약에 가담했다.

 

특히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임상강사 A씨는 지난해 10~11월 마약을 투약한 후 당일 병원에 출근해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새벽에 염씨의 주거지 근처까지 30㎞를 운전해 와 현금으로 마약을 구매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약 한 달 동안 3차례 마약을 투약하고 당일 출근해 총 7명의 환자를 수술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모인 피의자들이 마약을 투약한 모습.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A씨가 투약한 마약의 효과가 6~10시간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A씨가 투약효과 있는 상황에서 수술을 벌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A씨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며,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동아리 회원이 아님에도 염씨에게 마약을 제공받아 투약하던 20대 여성 C씨는 염씨가 구속된 후 마약을 구할 수 없게 되자, 코스닥 상장사 임원 B씨를 소개 받아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주사기를 이용해 자신과 C씨의 팔에 직접 필로폰을 투약하고, 사용한 주사기를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회수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B씨는 과거 마약 밀수 전과가 있음에도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서울 소재 호텔에서 마약을 마약을 투약한 후, 서울 시내 주요 도로 13㎞ 구간을 고급 외제차로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미국으로 도주를 시도하던 B씨를 신속히 구속해 기소했으며, C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염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한 호텔에서 여자친구와 마약을 투약한 뒤 난동을 부리다 현행범 체포됐다. 이후 올해 1월 마약 매매·투약 혐의로 기소돼 4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희동 검사가 대학 연합동아리 이용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7월에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염씨는 25일 열린 첫 공판에서 입장을 유보했다.

 

염씨는 2021년 ‘깐부’를 만든 뒤 2022년 12월부터 액상대마·케타민·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필로폰 등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투약·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동아리원들은 호텔과 클럽, 놀이공원 등을 다니며 10여차례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염씨 등이 지난해 1년간 암호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대금이 최소 1200만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 대다수는 서울대, 고려대 등 수도권 주요 명문대 13곳 출신으로 알려졌다. 의대·약대 재입학 준비생, 로스쿨 준비생, 직전 학기 장학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