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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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가 수돗물보다 위험하다고?… “더 안전할 거란 믿음은 광고 마케팅 때문”

”생수 샘플 10∼78%에 호르몬 교란 물질 등 검출”

시중에 판매되는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가 수돗물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브리티시메디컬저널 세계 보건(BMJ Global Health)은 25일(현지시간) 논평에서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위해 생수 사용을 재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 뉴욕의과대(NYMC) 앨버트 B. 로웬펠스 명예교수와 카타르 웨일코넬의대 아미트 아브라함 교수팀은 시중에 판매 중인 생수 대부분에 호르몬 교란 물질로 분류되는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플라스틱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화학 물질인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 A(BPA) 등 다양한 오염 물질도 검출됐다.

 

미세 플라스틱 오염은 면역 체계 조절 장애와 혈중 지방 수치 변화 등에 영향을 미치고, BPA 노출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당뇨병, 비만과 같은 노년기 건강 문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를 장기간 보관하거나 햇빛에 노출하면 플라스틱병에서 유해 물질이 나올 위험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적게 노출된 상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생수가 플라스틱 병에 담겨 판매되는데 이 경우 수돗물보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뚝도아리수정수센터에서 한 직원이 투명한 그릇에 물을 담아 수질을 검사하고 있다. 뉴시스

또 생수는 수돗물처럼 엄격한 품질·안전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환경보호국이 수돗물 안전 보장을 위해 오염 물질에 대한 검사를 철저하게 한다. 기준치에서 벗어나는 사항은 모두 보호해야 하다.

 

그러나 생수의 경우 미생물과 화학 물질의 검출 결과를 의무적으로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인체뿐 아니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각하다.

 

생수는 전 세계에서 1분에 약 100만병이 소비된다. 이에 사용되는 플라스틱병은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의 12%를 차지한다. 해양 오염 물질 2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재활용 되는 플라스틱병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립지나 소각장에 버려지거나 중저소득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연구팀은 “안전한 식수 확보가 어려워 생수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약 20억명이고, 그밖에는 편의성 또는 생수가 더 안전하고 좋다는 산업 마케팅에 의한 믿음 때문에 생수를 찾는다”며 “생수에 의존하는 것은 건강, 재정, 환경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생수 사용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수돗물의 환경 보호 및 건강상 이점을 알리고 지속 가능한 소비 관행으로 자리 잡게 하는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