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간 순천의 한 길거리에서 흉기로 여고생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경찰관을 꿈꾸던 피해자는 아버지의 약을 사러 외출했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 정희영 부장판사는 전날 살인 혐의를 받는 A(30)씨에 대해 “주거 부정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26일 오전 12시44분쯤 순천시 조례동 길거리에서 B(18)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전날 오전 순천지원에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사건 당시) 소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증거는 다 나왔기 때문에 (범행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아는 사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했다.
사고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앞서 걸어가는 B양 뒤를 바짝 쫓아가더니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이 담겼다. B양은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고 쓰러졌고, A씨는 계속해서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범행에 앞서 자신의 가게에서 소주 4병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만취 상태에서 거리를 배회하다가 행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달아나면서도 술집에 들러 또 술을 마신 정황도 드러났다.
B양은 경찰관이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최근 검정고시 통과 후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약을 사러 집을 나섰고, 잠시 친구를 만났다 돌아오는 길 변을 당했다. B양의 부모는 외동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A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경위 등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
한편 온라인상에는 A씨의 이름과 직업 등 신상 정보가 확산했다. A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찜닭집에는 “살인자가 운영하는 가게” 등 리뷰와 별점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해당 식당 앞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진 상태로, 외부엔 시민들이 던진 계란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