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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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동훈 빠진 용산 만찬의 “우리는 하나다” 구호 공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제 용산 대통령실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한 한동훈 대표는 이번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7일 시작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윤 대통령이 원내 지도부를 격려하는 자리여서 원외인 한 대표는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대표는 원내대표와 협의하고 조율해 원내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설명은 군색해 보인다.

윤 대통령이 친윤(친윤석열)계인 추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 지도부만 따로 격려하는 것은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여당의 파트너가 추 원내대표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여러 차례 갈등을 빚고,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거듭된 독대 요청에 답을 주지 않는 상황이다. 그제 만찬에서 참석자들은 건배하며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당 대표가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그 대표가 빠진 만찬에서 단합을 강조하는 것은 공허하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야권 성향 유튜브 매체에 ‘한동훈을 치면 김건희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며 보도를 요청한 듯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은 여권 내 갈등을 증폭시켰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SNS 글을 통해 이를 직접 비판했다. 한 대표 측은 이를 해당 행위로 간주하고 그제는 당 차원의 진상조사까지 지시했다. 대통령실은 어제 언론 공지에서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고 해명했으나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출신인 김 전 행정관이 전당대회 뒤 12일 만에 서울보증보험 상근감사에 임명되는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친윤계와 친한(친한동훈)계는 김건희 여사 논란과 의·정 갈등 해법 등 현안을 놓고 상당 시간 갈등을 빚어 왔다. 오늘로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한 대표는 “김 여사 특검법은 부결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한계 진영에서 ‘반란표’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이 제기될 정도로 양측 간 감정의 골은 깊다. 10·16 재보선을 앞두고 힘을 다 합쳐도 모자랄 판에 양측이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해법을 마련할 사람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다. 두 사람이 빨리 만나 직접 소통하며 갈등을 풀어야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