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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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반려동물 양육세 도입에 관하여

얼마 전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문제가 재점화되었다. 내년부터 시행될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의 요지는 현행 동물등록제 및 사회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고, 세금을 부과하면 보호자들이 동물을 유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필자는 궁극적으로 세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동물 양육에 대한 책임의식’과 ‘동물복지에 필요한 예산 확보’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책임의식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별달리 없는 상황이고, 그로 인해 누구나 쉽게 동물을 입양하고 기본적인 돌봄도 하지 않거나 쉽게 유기하는 현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동물 양육의 책임을 높이는 제도적 해결책 중 하나로 양육세 도입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또한, 양육세 등 부과로 재원을 마련하여 유기동물, 피학대 동물 구조 및 보호 등 전반적인 동물복지 제도와 인프라를 개선하고, 현재 보호자들의 양육 관련 부담(의료비, 산책 장소 및 장묘시설에의 접근성 등)을 완화하는 데에 사용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 나아가, 결국 납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동물등록제 개선(갱신제 도입 등)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다만 세금부과가 설득력을 갖고 지속될 수 있으려면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선행되는 것은 필수다. 여러 동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에서 도입이 필요할지, 그렇다면 어떠한 성격과 용도로 얼마를 부과할 것이며 어디에 세금을 사용할 것인지, 현실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혹은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또는 사회에 공헌하는 봉사동물에 대한 세제는 어떻게 달리할 것인지 등 더욱 폭넓고 진지한 연구와 공론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박주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