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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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 지킨 한동훈 ‘리더십’ 날개… 영광 품은 이재명 ‘野 적자’ 입증 [10·16 재보선]

총선 후 첫 민심 바로미터

한동훈 ‘당·정 쇄신’ 강드라이브
야권 단일화·용산발 악재에도 승리
尹과 차별화 행보… ‘韓 인물론’ 증명
尹 독대서 ‘金여사 해결’ 압박할 듯

이재명 ‘사법리스크 돌파구’ 마련
혁신·진보당 거센 추격 속 본진 수성
‘한달살이’ 조국 대안세력 확장 실패
李, 11월 1심 선고 앞두고 부담 덜어

10·16 재보궐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승리가 점쳐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변화를 촉구해 온 한동훈 대표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잇따른 의혹 제기, 20%대 초반의 국정 지지율,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악재 속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며 가까스로 수성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음 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의 해결을 강하게 요구하며 여권 내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는 부산 금정구가 보수의 전통적인 텃밭인 만큼 선거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단일화 성공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막판에 설화가 터진 게 주요 패인으로 꼽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16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45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있다.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다음주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행보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다. 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부산=뉴스1

◆윤·한 독대 주목… 韓, 쇄신 요구할 듯

16일 오후 11시 기준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58.92%(1만6068표)를 득표해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김 후보는 41.07%(1만1202표)를 득표했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많았는데, 국민의힘이 고전 끝에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부산 금정구는 민주화 이후 국회의원 선거와 구청정 선거를 통틀어 민주당 계열 정당이 단 한번밖에 깃발을 꽂지 못한, 보수 정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PK(부산·경남)와 보수층에서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여권 내에서 커졌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화에 성공하며 김 후보가 상승세를 탔고, 급기야 양자 대결에서 김 후보가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16일 금정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패배 시 한 대표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 대표는 총 5차례 지원 유세를 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그리고 유세 현장에서 대통령실을 향해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와 ‘김 여사 라인’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하는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민주당이 ‘2차 정권 심판론’을 기치로 내세우며 여론 몰이를 하자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는 것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를 수성한 만큼 향후 한 대표의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내주 초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여사 문제를 포함해 큰 폭의 쇄신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금정구청장 수성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기류도 있어 한 대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10.16보궐선거일인 16일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선거캠프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선택한 호남… 조국, 행보에 차질

야 3당이 3파전 양상을 보인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선 민주당 장세일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일 오후 11시 기준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장 후보가 8415표(41.09%)를 득표해 이석하 진보당 후보(6374표, 31.12%)를 앞섰다. 3위는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로 26.11%(5348표)를 득표했다. 이대로 결과가 확정되면 호남은 결국 민주진보진영 ‘맏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된다.

10·16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6일 오후 전남 곡성군 개표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지지자들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곡성군수 재선거에선 일찌감치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득표율 55.26%로 혁신당 박웅두 후보(35.85%)와 2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리며 낙승을 거뒀다.

 

민주당의 영광·곡성군수 선거 승리가 확정되면 다음 달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둔 이재명 대표는 일단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텃밭인 호남에서의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1심 선고 내용에 따라 재점화할 수밖에 없는 사법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11일 영광군청 사거리에서 장세일 후보와 함께 퇴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영광·곡성군수 선거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두고 벌어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대결의 예고편이란 평가도 있었던 만큼 민주당이 이번 승리로 혁신당의 예봉을 꺾은 모양새가 될 예정이다. 반면 ‘비례대표 정당’을 벗어나 ‘대중정당’을 지향하는 혁신당으로서는 이번에 당대표가 ‘한달살이’까지 하며 총력을 다했던 만큼 추후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간 우군을 자처했던 민주당과 혁신당은 지도부 인사 간에 “고인 물”·“썩은 물” 등 거친 언사가 오가면서 양당 관계에 적잖은 상처를 남겼단 평도 나온다.


김병관·김승환·최우석·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