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27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한 지 2주년을 맞지만, 삼성전자의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27일 삼성전자 회장 승진 2주년을 맞는 이 회장의 취임 기념행사는 그간의 분위기와 최근 일련의 위기 등을 감안할 때 열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이달 25일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맞아 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이나 만찬을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예년에도 이 회장은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 뒤 사장단과 오찬을 했다.
이 회장은 2022년 회장 승진에 앞서 가진 계열사 사장단 오찬에서는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모습이 아닌 AI 시장 확대 등에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등 안일주의에 빠졌다가 주도권을 놓치며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긴급 투입된 전영현 반도체부문(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이례적인 사과 메시지를 내고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철저한 미래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 혁신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자랑했던 반도체 분야의 초월적 격차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의미기도 하다.
오늘날 반도체 시장은 파운드리와 HBM 두 개의 축으로 AI 효과를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파운드리의 강자 TSMC는 AI 붐에 수요가 폭증하는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와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 등으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겼던 글로벌 기업들도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를 포함한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은 올해 3분기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매출은 2011년 14조2000억원으로 TSMC의 매출액 145억달러의 약 88%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TSMC의 25%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때문에 메모리·비메모리 모두 합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TSMC에 매출 재역전을 허용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3분기부터 TSMC에 매출 역전을 허용하면서 세계 반도체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내줬다가 지난 2분기에 다시 매출 1위를 탈환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AI 훈풍’을 받고 있는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추진했다가 불발되면서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연말 정기 인사에서도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 예고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과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필요성 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