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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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우간다 여성 가정 폭력은 ‘박해’…난민 인정돼야”

“우간다, 남편에 복종 안 하는 여성 폭력 당연시”

남편의 폭력을 피해 한국에 온 우간다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우간다의 남성 중심적 성차별 문화를 감안하면 사적인 폭력이 아니라 박해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우간다 여성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연합뉴스

A씨가 첫째를 출산한 뒤 복직하려 하자 남편 B씨의 폭력이 시작됐다. B씨는 A씨 목을 조르기까지 했다. A씨는 2018년 한국에 입국했다. 이에 B씨는 A씨 가족을 폭행하는가 하면, A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네가 살아 돌아온다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A씨는 그해 12월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으나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결혼한 여성이 남편에게 복종하지 않는 경우 여성에 대한 폭력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회·문화적 규범이 존재하고, 정부나 사법기관에 의한 처벌 등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구조”라며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이 발생하는 경우는 박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에 대한 폭력은 남편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우간다 역사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남성 중심적 문화와 여성 차별을 기반으로, 국가의 방치 속에서 존속돼 온 구조적 문제에 해당한다”면서 “원고에게는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을 이유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고, 우간다 정부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에 있어 난민 인정 요건을 갖췄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