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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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 1위 배민, 국감서 “부득이하다” 쿠팡이츠 탓만…與野 “핑계 그만 대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함윤식 배달의민족 부사장 출석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던 도중 머리를 넘기고 있다. 뉴스1

 

음식 배달업계 시장 점유율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나친 수수료 인상에 대한 국정감사 질타 속 경쟁사인 쿠팡이츠에 책임을 줄곧 돌리다가 여야의 비판을 받았다.

 

외식업주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인상하고, 입점 업체 최혜대우(타사 플랫폼보다 유리한 거래조건 강요) 요구 등 논란 원인이 경쟁사에 있다는 책임 돌리기에 ‘덩치가 작은 경쟁사 핑계를 중단하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수천억 이익·본사배당 즉답 피해…수수료 인상에는 ‘경쟁사 탓’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정감사에서 배달의민족 중개 수수료 인상의 원인, 입점업체 최혜대우 요구, 수천억원 흑자 배경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 자리엔 함윤식 배달의민족 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겠다고 발표(7월3일)한 지 일주일 만에 배민이 배달중개수수료를 쿠팡이츠와 같은 수준인 9.8%로 3%포인트 인상했다”며 “정부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배달앱 1·2위 업체(배민·쿠팡이츠)가 담합처럼 9.8%인 최고 수수료율을 받고 있다”고 지적이 이어지자, 함 부사장은 “(경쟁사의 조치에)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쿠팡이츠가 먼저 9.8%의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배민도 같은 수준 수수료를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함 부사장은 배민의 최혜대우 정책으로 점주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질의에도 “그 부분도 경쟁사가 먼저 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따라 한 것”이라며 쿠팡이츠에 책임을 돌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과 쿠팡이츠가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할인 혜택 등을 다른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라고 강요했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 중이다.

 

반대로 지나친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이익 증가와 해외 배당 이슈에 대해 함 부사장은 말을 아꼈다. 배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5% 증가한 6998억원이고, 순이익도 5062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20% 수준이다. 독일계 모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는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의 “‘게르만 민족’이라 조롱받을 만큼 딜리버리히어로에 돈을 주는데, 배당을 얼마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함 부사장은 “여기서 말씀드릴 부분이 아니다”라고 답을 피했다. 그리고는 “영업이익은 10%도 안 되는 자영업자가 태반인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건 아냐”는 지적엔 “살펴보겠다”고만 했다.

 

올해 영업이익과 배당 계획에 대해서는 “글로벌 정책과 주주 결정에 따른 것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처럼 전개되자 ‘쿠팡이츠 핑계를 그만대라’는 여야 의원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윤 의원은 “60% 점유율을 가진 쪽이 20% 가진 쿠팡이츠 핑계를 계속 대는 것이냐”며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며 여기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남근 의원이 “쿠팡이 먼저 9.8% 수수료를 받아서 우리는 억울하게 쫓아간 그런 상황에 있는데 왜 우리만 국감에 불러서 야단치느냐는 태도 아닌가”라며 따지자, 함 부사장은 “그런 건 아니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불공정 행위 의혹 잇따르는 배민…관련 조사 확대 전망

 

이번 국감을 계기로 배민의 수수료 결정권 남용 의혹, 최혜대우,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공정위 조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배민의 영업이익이 2021년도에 비해서 4589%가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음식점 배달 비용은 35.2% 늘어났다”며 “정액제를 정률제로 급작스럽게 변경하고, 수수료를 44%나 급격하게 인상했는데 가격 남용 아니냐”고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금 조사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공정위는 배민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정당한 이유 없이 수수료율을 인상했다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신고에 따라 수수료율 인상 과정에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배달 앱 3사의 최혜대우 의혹과 우아한 형제들이 자회사인 ‘우아한 청년들’에 배달을 몰아줬다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조사 중으로 알려졌다.

 

함 부사장은 최근 5% 중개수수료 상한제를 주장한 상생협의체 외식업주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간 무료로 운영한 포장 주문 중개 수수료의 유료화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히 결정된 바는 없지만 유료화가 불가피하다”고 대답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