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듀테크가 학령인구가 감소 중인 국내 대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강한 교육열, 높은 인터넷 보급률, 젊은 인구구성을 갖춘 베트남, 태국 등에는 이미 K에듀테크 기업들이 진출해 현지 파트너십과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아세안서 K에듀테크 시장을 키울 또 다른 나라로 말레이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22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지난해 약 2억4000만달러 규모였던 말레이시아 에듀테크 시장이 2028년까지 13%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CAGR)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말레이시아는 에듀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을 두루 갖췄다. 우선 인구가 3410만명인 말레이시아는 1028만명이 19세 미만에 속하는 ‘젊은 나라’다. 인터넷 보급률은 2022년 기준 97.4%, 에듀테크 주 타깃층인 15∼19세의 인터넷 보급률은 99%에 달한다. 또 아세안 내에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산유국 브루나이를 제외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는 유일한 나라여서 정부 차원의 교육 분야 투자에 대한 여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에듀테크 도입을 가속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교육부는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 온라인 학습 촉진을 목표로 직접 E러닝 플랫폼인 ‘델리마’(DELIMa)를 개발했다. ‘디지털 교육 학습 이니셔티브 말레이시아’의 약자인 델리마는 디지털 교과서, 교육용 비디오 등 디지털 교육 리소스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도입해 학생 개인별 맞춤 학습을 제공한다.
또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에듀테크 기반 구축을 위해 2020년부터 전국적으로 인터넷 접근성과 속도를 향상하는 프로젝트 ‘젠델라’(JENDELA)도 진행 중이다. 2025년 말까지 인구 밀집 지역에서 4세대이동통신(4G·롱텀에볼루션) 네트워크 구축률 100%를 달성하고, 모바일 광대역 속도를 초당 100메가비트(Mb)로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에듀테크 시장은 아직 개화 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말레이시아 페낭에 본사를 둔 에듀테크 기업 에드볼루션의 최고경영자(CEO) 멜리사 고메스는 “에듀테크와 같은 (정부의) 디지털 교육 정책은 초입 단계”라며 “최신 교육 방법론과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한 지원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K에듀테크 기업에 기회다. 코트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은 “말레이시아는 한류에 긍정적으로 한국어를 수강하거나 한국어 인증 시험을 치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로, K에듀테크의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시장에 발을 들인 한국 기업도 있다. 에듀테크 기업 비상교육은 넉 달 전 말레이시아의 이공계 명문대인 아시아태평양공과대(APU)와 계약을 맺고 이번 가을학기부터 APU의 한국어 교육원에 이러닝 플랫폼과 스마트러닝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전 세계를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화상, AI 등으로 한국어 수업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