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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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전쟁에 얽힌 서구 열강의 탐욕 추적

연기와 재-아편의 감춰진 이야기/아미타브 고시/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2만8000원

 

작은 식물 하나가 뒤흔든 세계 역사, 양귀비에 대한 얘기다. 양귀비의 즙액을 말리면 ‘아편’으로 불리는 마약이 되는데, 아편은 1840년 영국과 중국 전쟁, 소위 ‘아편전쟁’의 단초가 됐다.

신간 ‘연기와 재’는 ‘아편전쟁’의 전후를 살피며 식민지 지배자인 서구 열강의 악덕과 탐욕을 파고든다. 대영제국이 인도 아편을 중국에 수출한 배경에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존재했다. 영국은 이를 통해 재정 수입을 올렸고, 늘어나는 아편 중독자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이 아편을 불태우고 영국인을 내쫓으면서 전쟁이 발생했다.

아미타브 고시/ 김홍옥 옮김/ 에코리브르/ 2만8000원

이 전쟁의 결과는 두 나라만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저자는 아편이 세계 최대 기업 중 일부, 애스터와 쿨리지 등 미국의 가장 강력한 가문, 아이비리그, 그리고 현대 글로벌리즘 기원의 핵심이었음을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근대성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전 지구적이고 상호 결합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서구 중심의 역사를 비판하고, 제국주의 그늘에서 핍박받아온 식민지 피지배자의 편에서 이 책을 완성했다. 90쪽에 이르는 미주에서 알 수 있듯 책은 여행기·회고록이면서도, 수십 년간의 고문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역사 에세이다.

인도에서 나고 자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사회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맨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기도 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