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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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까지 가져갈 것”…생전 김수미 고통 준 ‘친정엄마’ 어떤 작품이길래

14년간 출연한 뮤지컬 표절 시비→출연료 미지급
최근 소송 준비 중 사망…제작사 대표 연락 두절

배우 김수미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생전 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뮤지컬 ‘친정엄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수미의 생전 ‘친정엄마’ 공연 장면. 연합뉴스

25일 김수미의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 F&B 이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저의 어머니이시면서 오랜 시간 국민 여러분들께 큰 사랑을 받아온 배우 김수미님께서 오전 7시30분 고혈당 쇼크로 세상을 떠났다”며 “‘전원일기’의 일용 엄니에서 연극 ‘친정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아오신 김수미 배우를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고개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고혈당 쇼크는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급격하게 상승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는 증상이다.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이사는 이날 “사실 ‘친정엄마’ 때문에 어머니가 스트레스가 많았다”며 “지난해부터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해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고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김수미는 14년간 출연했던 뮤지컬 ‘친정엄마’의 제작사가 표절 시비에 휩싸이면서 지난해부터 출연료를 지급받지 못해 최근 소송을 준비 중이었다. 김수미는 지난 5월26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상연된 ‘친정엄마’의 주인공 봉란 역으로 출연했다. 공연을 마치고 같은 달 31일 피로 누적으로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 입원했다.

 

25일 서울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우 김수미의 빈소. JTBC 보도화면 갈무리

‘친정엄마’는 방송 활동과 사업에 주력하던 김수미가 유독 많은 애착을 보인 작품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말괄량이 처녀였던 봉란이 세월이 흘러 친정엄마가 되면서 딸 미영과 일상의 갈등과 기쁨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수미는 2010년 초연부터 올해까지 14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봉란 역으로 출연하면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친정엄마’ 프레스콜에서 “‘친정엄마’는 ‘전원일기’와 더불어 내가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작품”이라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작가를 통해 내게 보내준 작품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이 지난 2007년 초연한 연극 ‘친정엄마’의 일부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해부터 김수미 등 주요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무대와 음향, 조명, 소품 등 스태프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미지급된 임금 규모만 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사 대표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