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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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위험운전치상?…경찰, 문다혜 택시기사 한의원 압수수색

상해 사건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보면 사건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경찰은 특정 사안에 대해 쌍방이 합의를 보면 경찰 차원에서 사건을 종료한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 딸 문다혜(41)씨의 음주운전 사건은 다르다. 문씨와 택시 기사가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이 피해 택시기사가 치료받은 한의원을 압수수색 했다. 택시기사의 상해 정도와 치료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약식기소돼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지만, 위험운전치상 사건은 정식 재판에 넘겨진다. 이번 압수수색에 따라 문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18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변호인과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3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택시기사의 상해 진단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은 택시기사의 상해 정도와 치료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문씨에게 적용할 혐의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택시기사는 사고 이후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상해 진단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그는 문씨 측의 합의금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상해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문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만 처벌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경찰은 문씨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큰 만큼 택시기사의 정확한 상해 정도를 확인한 뒤 혐의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제21조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타인의 진료기록을 확인하려면 영장을 제시해야만 한다. 문씨를 엄정 수사해달라는 민원이 국민신문고에 여러 건 접수된 것도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에 따라 문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보다 처벌 강도가 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음주운전에 더해 치상 혐의가 있을 경우 피해자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기소할 수 있다. 통상 단순 음주는 약식기소돼 벌금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다수지만 치상 사건의 경우 정식 재판에 회부된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단순 사건을 마무리 하거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서는 피의자와 피해자의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며 “쌍방이 합의된 사안에 대해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다 엄정 수사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른 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음주운전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앞서 문씨는 지난 5일 새벽 2시51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앞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9%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차선 변경 중 택시와 충돌했다. 면허 취소 수준인 0.08%를 크게 웃도는 수치였다. 피해 택시기사는 목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등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씨는 사고 발생 13일 만인 지난 18일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4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사죄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모든 분께 깊이 사죄드린다. 해서는 안 될 큰 잘못을 했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