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의 원인은 크게 바이러스와 술, 비만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발생한 간염은 간경변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일부 간염은 증상도, 간경변 단계도 없이 빠르게 간암으로 진행하기도 하는 만큼 바이러스 여부에 따라 주기적인 검진이 꼭 필요합니다.”
장재영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3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간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흔히 ‘ABC’로 잘 알려진 바이러스성 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의 원인 70∼80%를 차지한다.
장 교수는 “다행히 C형 간염이 내년부터 국가검진을 통해 항체검사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로 인해 간경변, 간암 환자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바이러스 간염은 상처, 재사용 주사기 등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질병인 만큼 이런 문제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대한간학회에서 의료정책이사로 활동하며 C형 간염 항체 검사가 국가검진에 포함될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다음은 장 교수와의 일문일답.
-간염의 증상은 어떻게 되나.
“간염은 증상이 없다. 피로감, 소화불량 등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이는 주관적인 데다가 다양한 질병에 나타나는, 간염만의 특이한 증상은 아니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다. 눈이 노래지는 황달이 가장 명확한 간염과 관련된 증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황달이 나타날 정도이면 간염이 이미 많이 진행된, 늦은 상태라는 것이 문제다.”
-간염의 원인은 어떻게 되나.
“크게 간염 바이러스와 술, 비만으로 나눌 수 있다. 국내 만성간염은 B형 바이러스 간염, 그다음으로 C형 바이러스 간염이 많다. A형은 만성으로 진행이 안 되고 급성으로 끝난다. D·E형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비율이 극히 작다. D형은 B형과 중복 감염의 유형으로 나타나는데, 국내에서는 거의 없고, 몽골에서는 흔히 나타난다. 국내 유입이 생긴다면 이 역시 늘어날 수는 있다는 의미다. E형은 국내 발생이 있고, 최근 조금 늘어났지만 전반적으로 비중은 작다.”
-간염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간암의 원인 질병 60∼70%가 B형 간염이고, 10∼15%가 C형 간염이다. 간염은 증상이 없어서 감염 여부를 잘 모르지만, 항체검사만 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관리·치료가 되면 간암으로 진행을 막을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내년부터 항체 검사가 시행되는데.
“내년 1월1일부터 만 56세 대상(1969년생)으로 국가검진에 C형 간염 항체검사가 도입돼 시행된다. 항체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면 추가로 바이러스 검사(HCV RNA)가 필요하다. C형 간염 검사가 중요해진 것은 치료에 변화가 오면서다. 국내에서 2015년 이전에는 인터페론을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1년 치료를 했다. 환자들도 치료를 힘들어하고, 완치율도 60∼70%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먹는 약(마비렛·엡클루사)을 8∼12주 복용하면 98%가 완치된다.”
-간암의 원인 비율은 B형이 더 큰데.
“태어날 때 백신을 접종한 세대는 유병률이 굉장히 낮다. 0.1% 미만이다. 문제는 백신을 맞지 못한 중장년층이다. B형 간염은 완치가 없어 이들로 인해 유병률이 떨어지지 않으니 계속 높을 수밖에 없다. B형 간염 유병률은 과거 8%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B형 간염은 국가검진에 이미 포함돼 있다.”
-B형 간염 완치가 없다면, 항체 검사 의미가 있나.
“B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없는 사람에 비해 약 100배 정도 간암이 생길 위험이 높다. B형 간염 환자는 바이러스 관리를 하게 되는데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사람에 비해 아닌 경우는 간암 발생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만큼 바이러스 조절을 해줘야 한다. B형 간염은 간경변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간암으로 가기도 한다. B형 간염이 있으면 6개월∼1년에 한 번씩 피검사와 초음파를 통해 간암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이유다. C형 간염은 간경변으로 진행하면 매년 1~5%에서 간암이 발생한다. 간경변 진행 후 매년 100명 중에 1∼5명이 간암이 생기니 짧게는 20년이면, 길게는 30∼40년이면 모두 간암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간염 환자의 하루 술 한 잔 어떤가.
“바이러스 간염이 있는 사람들이 음주를 하면 간암 생길 가능성이 몇배로 늘어나는데 ‘막걸리는 괜찮다’ ‘한 잔은 괜찮다’ ‘약한 술은 괜찮다’라고 오해를 한다. 그러나 알코올은 바이러스 간염 환자에서 간암을 잘 생기게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알코올 섭취는 누적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바이러스 간염 환자들이 알코올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를 하고 끊어야 한다.”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B형 간염 진단을 받고도 ‘증상이 없다’ ‘바쁘다’ 등 다양한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간암’으로 병원으로 와서 손도 써보지 못하고 6개월 만에 가는 환자도 있다. B형 간염 진단을 받았거나, 기억이 안 난다면 검진을 통해 꼭 확인하고, 치료를 받으며 6개월∼1년에 한 번씩 간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