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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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유쾌했던 ‘일용엄니’… 웃음·감동 주고 떠나다 [고인을 기리며]

배우 김수미

30대 때 ‘전원일기’ 할머니 역할
드라마·영화·연극·예능 등 종횡무진
고혈당 쇼크… 팬들과 영원한 작별

‘22년 한솥밥’ 유인촌 장관 등 추모
며느리 서효림 “엄마 미안해” 통곡
동료 연예인 눈물의 배웅 속 영면

드라마와 영화, 예능, 뮤지컬 무대를 통해 친숙한 엄마의 모습으로 ‘국민 엄니’로 불리던 배우 고(故) 김수미가 27일 영면에 들었다.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故 김수미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김수미의 발인식에는 평소 고인과 가까운 수많은 지인, 동료 연예인이 함께 했다. 평소 고인을 ‘엄마’, ‘어머니’라고 부르며 모자 사이처럼 지낸 방송인 정준하와 윤정수, 장동민, 배우 김나운, 고인이 고정 출연한 예능 ‘수미네 반찬’을 연출한 문태주 PD, 드라마 ‘전원일기’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숙 등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앞서 ‘전원일기’에서 22년간 함께 연기했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추모하는 등 빈소와 온라인 등을 통해 많은 이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개그맨 정준하(오른쪽), 윤정수가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배우 故 김수미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뉴스1

생전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을 위한 예배 이후 정준하, 윤정수, 장동민, 문 PD가 관을 운구했다.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유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탄식과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준하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냈고, 윤정수는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마지막으로 고인을 위한 기도가 시작되자 장동민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고인의 며느리인 배우 서효림은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평소 시어머니인 고인을 ‘엄마’라 부르며 따랐던 그는 운구차에 옮겨진 관을 끌어안고 “엄마, 미안해”라며 통곡했다.

 

故김수미 며느리 서효림이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배우 故 김수미의 발인식에서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있다. 뉴스1
깊은 슬픔 27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엄수된 배우 김수미 발인식에서 고인의 생전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정 사진이 운구차로 향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유족의 손에 들린 영정사진 속에서 고인은 생전의 유쾌하고 밝았던 모습 그대로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인이 출연했던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포스터에 쓰인 사진이다.

1971년 MBC 공채 3기 탤런트로 데뷔한 고인은 출중한 연기력과 독보적인 캐릭터로 드라마와 영화을 넘나들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30대 젊은 나이에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할머니 ‘일용엄니’ 역을 소화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국내 최장수 방송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 엄니' 역으로 출연했던 개성파 배우 김수미(본명 김영옥) 씨가 25일 별세했다. 향년 75세. MBC 제공

자신보다 두 살 많은 배우 박은수와 ‘둘이 사는 역할’이라는 말만 듣고 그의 아내를 맡을 줄 알았다가 “대본을 받아 보니 그의 ‘엄마’ 역할이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그는 말 많은 시골할머니의 대명사 같은 ‘일용엄니’로 불렸다. 시원한 입담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수미네 반찬’, ‘밥은 먹고 다니냐?’, ‘익스큐수미: 일단 잡숴봐’ 등 각종 예능까지 섭렵한 고인은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뮤지컬 ‘친정엄마’ 등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고인의 아들인 정명호 나팔꽃 F&B 이사는 “전원일기 ‘일용엄니’에서 연극 ‘친정엄마’까지 평생을 모두의 어머니로 웃고 울며 살았다. 언제나 연기에 관한 사랑과 열정으로 시청자 곁에 머물렀다”며 “나와 가족들도 오랜 세월 보내준 성원과 사랑을 잊지 않고,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애도해주는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했다.

고인은 지난 25일 오전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75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했다. 사망 원인은 고혈당 쇼크였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