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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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한동훈, 변화·쇄신 페달밟기…'당정관계 위기' 숙제

'여당 내 야당' 용산과 차별화…당정 갈등, 친윤 반발은 과제
"국민에게 다가가" "당내 갈등 초래" 평가 갈려…'특감관'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9 kjhpress@yna.co.kr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취임 후 100일 동안 '변화와 쇄신'을 앞세워 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 대표는 4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에서 물러난 지 약 100일 만에 당 대표에 선출되며 정치 전면에 복귀했고, 이후 100일 동안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걸으며 대통령실과 차별화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그의 '변화와 쇄신' 행보는 여권 위기론의 한가운데서 야권의 대대적 공세에 맞닥뜨린 김건희 여사 문제에 초점을 맞춰왔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안팎 '김 여사 라인'의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및 의혹 해소 노력과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등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이 즉각적인 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자 국회에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 대표의 차별화 시도는 당정 지지율 하락의 악조건에서도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를 지켜내면서 정당성이 입증됐다는 게 친한(친한동훈)계의 시각이다. 특히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금정에서 22.07%포인트(p) 차의 압승을 거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한 대표의 100일 행보에 대한 당내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29일 SBS 라디오에서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100일 동안 밑 작업을 한 것"이라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고, 국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용산과 차별화한다고 했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당정 지지율 반등이 전혀 없다"면서 "차별화가 아니라 오히려 당내 갈등과 분열만 초래해 당정관계를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비판했다.

상반된 평가를 받는 만큼, 한 대표의 당내 리더십은 아직 탄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대표를 혹평하는 쪽에선 그가 원외 대표로서 원내 장악력이 약한 데다, 당의 주류인 영남권·중진 의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목한다.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문제는 한 대표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계기이자 정치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문제를 두고 친한계와 친윤계가 대치하는 가운데, 한 대표는 친윤 성향의 추경호 원내대표와도 의견 충돌을 빚은 바 있다.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이 좌초된다면 한 대표는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오히려 당내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박이 강해져 한 대표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당의 대통령 탄핵 공세에 맞서 대야(對野)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 것도 한 대표의 과제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음 달 2일 김 여사를 규탄하는 장외 집회를 열어 '김 여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30일 열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강약약 보수'(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보수), 외연 확장 등을 키워드로 변화와 쇄신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강강약약은 기득권에는 강하게 대응해 쇄신을 끌어내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