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취약계층을 위해 공급된 장기전세주택에 사는 일부 세입자들이 외제차를 비롯한 고가의 차량을 개인 명의로 등록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차량을 보유할 경우 입주요건에도 미달할뿐더러 입주한 뒤에도 퇴거 대상이 되지만 차량의 일부 지분만 갖는 ‘지분 쪼개기’ 수법으로 관련 규정을 교묘히 피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종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임대보증금이 8억원 이상인 서울 강남·서초구 소재 장기임대주택 44가구 중 12가구가 벤츠, 아우디, 링컨, 도요타 등 외제차나 국산 고급 세단인 G80을 등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S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유형 중 하나인 장기전세주택에 들어가려면 보유한 부동산 가액이 2억1550만원, 차량 가액이 3708만원 이하여야 한다. 월 소득은 들어가려는 주택의 규모에 따라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 수별 월 평균소득 100∼150% 이하여야 한다. 세입자의 소득 기준이 기준액의 50%를 초과할 경우 퇴거 대상이 된다. 차량 가액이 기준액을 넘어선 경우에도 한 차례 퇴거유예 또는 퇴거 대상이 된다.
문제는 고가 차량의 일부 지분만을 가진 경우 입주요건에 정해진 차량 가액 규정을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SH는 “기준가액 초과차량의 지분을 공유하거나 타인 명의로 등록해 편법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 제도 개선을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장기전세주택은 SH 소유이기 때문에 약 550만∼600만원에 달하는 재산세와 2500만∼3000만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는 SH가 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퇴거기준을 편법으로 교묘히 피해 가는 일부 세입자들이 세제 혜택도 일정 부분 누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도 정상적인 입주자격을 갖춘다면 전세보증금이 10억원을 웃도는 강남권의 장기전세주택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도 있다.
윤 의원은 “임대주택은 입주가 필요한 무주택서민, 주거취약계층에게 정확하게 공급해야 함에도 편법입주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10억원 넘는 고가의 전세보증금을 요구하는 것이 주거 사다리 지원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매년 반복적인 지적에도 국토부는 고가 차량 편법입주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임차인이 보유하지 않는 가액 기준 초과 차량의 법인 리스, 렌트차량 및 고가 차량의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