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와 광산구, 전남 장성 등 3개 지자체가 맞물려 있는 광주 첨단3지구. 최근 찾은 첨단3지구는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굴착기 등 중장비 소리가 요란했다. 산을 깎고 논밭을 메우는가 하면 빈집을 허물고 도로를 내는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흙을 가득 실은 수십대의 덤프 트럭들은 이리저리 다니면서 연구와 산업, 주택단지 등 용도에 맞는 바둑판 모양의 부지를 만들고 있었다. 인공지능(AI) 집적단지 등 광주 미래산업의 터전을 닦는 부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광주도시공사는 광주연구개발특구인 첨단3지구 개발사업의 시행을 맡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2022년 11월부터 시작한 부지조성공사의 현재 공정률은 14.5%이다. 2026년 6월쯤 부지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국내 최대 규모의 AI 산업단지인 첨단3지구 부지가 완성된다. 첨단3지구 개발사업은 주변의 나노산업단지와 광주과학기술원 등과 연계해 지역 산업·경제 육성과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광주미래산업 터전 조성 한창
13일 광주도시공사에 따르면 첨단3지구 개발사업은 광주·전남지역의 증가하는 산업용지 수요에 대비하고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미래지향적 연구개발(R&D)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첨단3지구 부지는 광주 북구 오룡동·대촌동·월출동, 광산구 비아동, 전남 장성군 진원면·남면 일원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부지는 362만8000㎡이며, 총사업비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AI 기반 과학기술 창업단지 중심의 연구산업 복합단지를 조성한다.
첨단3지구는 사업부지를 3개 공구로 분할해 2022년 말 동시 착공했다. 1공구 주요시설은 AI 집적단지와 국립심뇌혈관센터, 연구용지가 들어선다. 2공구는 물류·유통용지, 나노에너지산업 등 산업용지를 조성한다. 3공구는 공동주택용지와 단독주택용지, 상업용지, 학교용지 등 배후시설이 들어선다.
첨단3지구 개발사업은 AI 기반의 지원체계를 고도화하고 기존 전략산업인 의료·헬스케어, 지능형 가전, 광융합 등의 산업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첨단3지구 앵커시설로는 AI 집적단지와 국립심뇌혈관센터가 있다. 이들 사업과 연계 및 활용을 통해 지역 제조업 산업의 미래 신산업 전환과 산업 고도화를 이끌게 된다. 첨단3지구에 AI 산업과 연구, 주거, 상업 등의 기능을 고루 갖춘 대규모 복합단지가 조성되면 1만8000명의 상주인구 증가와 약 6500명의 고용유발효과가 기대된다.
국가핵심 미래사업인 첨단3지구 개발사업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적극 지원을 약속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주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광주가 그동안 착실하게 AI산업의 토대를 닦아왔다”며 “광주의 AI산업 도약에 중앙정부가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도시공사는 최근 공사 1층 상담실에서 첨단3지구 산업시설용지 분양과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관계기관 합동 1대1 상담 창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상담 창구는 첨단3지구 산업시설 용지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체를 대상으로 광주도시공사와 광주경제자유구역청, 전남 장성군이 공동으로 운영했다. 기관별로 입주 희망 기업체와 1대1 맞춤형 상담을 통해 투자 협약과 투자 인센티브, 산업단지 입지여건 정보, 조세 감면 혜택 등 입주 지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했다.
◆저소득·무주택·청년에 “내집 마련”
광주도시공사는 서민과 무주택 세대, 청년세대를 위한 ‘광주형 평생주택’ 공급에 나섰다. 눈에 띄는 정책은 상무지구 광주형 통합공공임대 주택사업이다. 집값 상승과 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의 무주택 가구 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이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지원이 주목적이다. 그러다 보니 중산층 이하 무주택 세대가 사각지대로 남게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공공임대주택의 입주계층을 중산층(중위소득 150%·가구원수 및 맞벌이 여부에 따라 최대 190%)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등 다양한 계층의 주거부담을 줄여 평생 집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통합공공임대 주택의 건립 취지다.
상무지구에 짓는 통합공공임대주택의 특징은 광주 최초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타 지역 공공임대주택과의 차별화된 설계로 평가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세대가 같이 사는 통합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기존 저소득층만 거주하는 임대주택과도 다르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사업기간은 2021∼2026년이며, 사업비는 1405억원이다. 전용 36㎡ 68가구를 비롯해 59㎡ 172가구, 84㎡ 220가구 등 모두 460가구다. 민간의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해 민간참여 방식을 도입했다. 공모를 통해 ㈜유탑건설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2026년 상반기 입주자를 모집하고 2026년 10월 준공한다.
광주도시공사는 청년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사회적 개념을 도입한 ‘청년특화주택’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청년특화주택은 광주도시공사가 공급하는 특별한 형태의 임대주택이다. 주택 이름은 ‘빛아름채’로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임대주택을 리모델링했다. 청년들의 주거공간은 독립적으로 구분하고 입주자들끼리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공동생활공간이 마련돼 있다. 임대료는 시중 임대료의 40~50%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제공해 청년들의 사회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다.
광주도시공사가 추진하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리모델링하는 ‘그린리모델링 사업’도 시민들 사이에서 호응이 높다. 대상은 쌍촌과 우산, 금호 빛여울채 영구임대아파트는 준공 후 15년 이상된 노후 아파트다. 노후된 세대 내부를 전면 철거하고 친환경 건축자재, 고효율 보일러, 발광다이오드(LED) 등으로 교체하고 있다.
그린리모델링의 주요 공사는 단열성능 강화와 고효율·장수명의 LED 조명 설치, 고효율 보일러, 친환경 마감재 가구 등이다. 그린리모델링 후 에너지 성능평가를 실시한 결과 최소 30.2%에서 최고 45.5%의 에너지를 절감했다. 광주도시공사는 2021년도 사업에 우산빛여울채 665가구의 그린리모델링을 마쳤다. 2022년도 쌍촌, 우산, 금호 등 750가구에 이어 2023년도에는 500가구를 완료했다. 내년까지 380가구를 마치게 된다.
◆ 김승남 광주도시공사 사장 “대형 프로젝트 완성해 신경제도시 광주 실현”
“변화와 혁신으로 당면한 대형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추진하겠습니다.”
김승남(사진) 광주도시공사 사장은 중앙정부, 광주시와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통해 지역 성장을 이끌어 가는 도시공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취임 두 달째인 김 사장은 1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도시공사의 당면한 대형 프로젝트로 첨단3지구와 의료특화 산업단지, 미래차 국가산단, 어등산 관광단지 등을 꼽았다. 김 사장은 재선 국회의원과 민주당 수석사무부총장을 지내는 등 30여년간 정당활동을 해오면서 정무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대형 프로젝트를 보면 도시개발사업과 주택건설사업으로 나눠 볼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진행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착실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완성하면 ‘신경제도시 광주’를 실현할 수 있다”며 “첨단3지구와 의료특화 산업단지 조성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어 “미래차 국가산단 추진으로 진곡-빛그린-미래차로 이어지는 모빌리티 삼각벨트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며 “AI(인공지능) 집적단지 2단계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광주를 ‘한국형 AI밸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주형 주거복지 실현과 관련해 그는 “상무지구 통합공공임대주택 완공과 첨단3지구 임대주택용지 등을 활용해 중평형 이상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수요자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향후 도시공사 사업과 관련해 “연료전지와 태양광발전사업, 풍력발전 등 신규 사업을 발굴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다각적으로 모색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컬(Gocal·세계화+지역화) 공기업으로 키워 가겠다”고 말했다.
경영혁신을 강조한 김 사장은 “부서와 개인의 성과목표를 내부성과평가 등에 연계해 성과중심의 경영시스템으로 바꾸겠다”며 “사업계획과 연계한 사업별 목표관리제 도입 및 운영으로 사업관리체계를 견고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사장은 “최근 5년간 청렴도 평가에서 도시공사가 중하위 등급을 받았다”며 “냉철한 반성과 평가에 기반한 청렴혁신으로 깨끗하고 당당한 조직으로 거듭나 신뢰받는 공기업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