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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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와 맞설 결심…I'm Ready! I'm a hero [밀착취재]

경기소방학교 실화재훈련장 가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경기소방학교 실화재훈련장.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한 예비 소방관들의 눈빛에는 화마(火魔)와 직면하는 긴장감과 반드시 진화(鎭火)하겠다는 사명감이 교차한다. 교육생들이 훈련교수를 따라 특수제작된 컨테이너형 훈련시설로 들어가자 이내 뜨거운 불길이 실내 전체를 감싼다.

경기도소방학교 제78기 교육생들이 실화재훈련장에서 ‘플래시오버’ 체험을 하고 있다. 화재 시 연료가 급속히 연소해 전체 공간이 동시에 발화하는 현상으로,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교육생들이 화재가 발생한 실내로 진입하고 있다.
백드레프트 화재 현상을 관찰 중인 교육생들. 주로 폐쇄된 공간에서 발생하며, 갑작스럽게 산소가 공급될 경우 내부의 가연성 가스가 즉시 폭발적으로 연소해 소방관과 구조대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화염은 ‘플래시오버’ 현상입니다. 화재 발생 시 연료가 급속히 연소해 전체 공간이 동시에 발화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주로 실내 화재에서 발생하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연소가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훈련교수의 설명이 이어진다. “플래시오버가 발생하면 화재가 빠르게 퍼져 피해 범위가 넓어집니다. 또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어려워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훈련을 마친 이진혁 교육생은 “앞으로 일선 소방서에 배치돼 실제 화재현장에 투입된다고 생각하면 약간 긴장도 되지만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착실히 경험을 쌓아 가장 어두운 곳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멋진 소방관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시탐색구조훈련장에서 진행된 붕괴사고 실종자 수색훈련.
차량사고 부상자 구조에 사용되는 유압장비. 교육생들은 각종 구조장비 사용법을 교육받는다.
화학보호복을 착용한 교육생들이 화학물질사고 및 생화학테러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외상을 입은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들것에 고정하는 교육.

1997년 설립된 경기도소방학교는 신임교육과 직무교육을 맡은 도(道)소방공무원의 요람이자 전문 배움터이다. 실화재훈련장은 소방관이 실제 화재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을 훈련할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이 학교 교육시설 중 가장 큰 규모로 농연(濃煙·아주 짙은 연기)·폐쇄공간 탈출, 공장화재, 복합건축물화재, 구획실·특수화재, 위험물·가스화재 구역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학교에서는 필기, 체력시험 등 공개채용을 통해 7월 선발된 제78기생 387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총 21주간 진행되는 신임교육과정은 화재, 구조, 구급, 예방 분야 120과목(이론·실기)을 배운다.

화염에 대한 이론 교육.
경기도소방학교 본관 복도에 걸려 있는 ‘어느 소방관의 기도’. 1958년 미국의 한 소방관이 쓴 이 시는 전 세계 소방관들의 신조처럼 쓰이고 있다.
실화재훈련장에서 교육생이 훈련교수와 함께 화염을 향해 방수를 하고 있다.

강인한 신체 능력은 소방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덕목이어서 달리기를 비롯한 체력단련으로 교육생의 하루가 시작된다. 교육장을 달리는 교육생의 함성이 우렁차다.

구급교육관에서는 외상환자의 의식 여부, 부상 부위를 확인하고 적절한 응급처치와 안전한 후송, 의료진과의 소통을 통해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훈련교수 지도를 받으며 산악사고 후송용 들것에 안전하게 고정하는 교육생의 모습에선 실제 상황 같은 진지함이 느껴진다.

체력단련 중인 교육생들. 강인한 체력은 소방관의 기본이다.
외상환자 후송 교육.
도르래를 이용해 수직구조 훈련 중인 교육생들.

실내구조훈련관은 생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다. 교육생들은 이곳에서 맨홀에 빠진 시민을 안전하게 구조하는 교육과 생존 수영 교육을 받기도 했다.

맨홀에 빠진 구조대상자를 구조하는 훈련.
교육생들이 수난구조훈련장에서 생존수영 교육을 받고 있다.
소방펌프차량 운용 교육 중 김현아 훈련교수는 교육생들에게 화재현장에는 소방관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기에 항상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강조했다.
실화재 훈련에 앞서 장비를 착용하는 교육생들. 방화복과 호흡기등 몸에 걸치는 장비 무게는 20kg이 넘는다.

시민 생명을 지키려다 희생되는 소방관의 헌신이 계속되면서 그 숭고한 역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병도 학교장은 “소방관이 되는 것은 단순한 직업 선택 이상으로 재난현장에서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가장 먼저 그 손을 잡아 끌어주는 국가 그 자체”라며 국민과 함께하는 소방관의 사명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용인=글·사진 남제현 선임기자 jeh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