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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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피의자·간첩죄 연루 단체 주도하는 尹 탄핵 공세 명분 없다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면서 그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탄핵소추안 초안을 공개했다. 윤석열정부 심판을 내걸고 4·10총선에 비례정당으로 뛰어들어 12석을 확보한 정당이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들고나온 것이다. 조국 대표는 1905년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 문구를 인용하고서는 “120년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시일야방성대곡이 울려 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3년은너무길다특별위원회’ 현장회의라는 명칭에서 보듯 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제시한 탄핵사유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불기소 관여 행위, 명품백 수수 논란,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 대통령 집무실·관저 신축비리 의혹 등 7개 항목, 15가지 세부사항에 이른다. 탄핵안에서 어느 것 하나라도 대통령 업무수행을 중단시킬 정도의 중대 사유인지 의문이다. 주요 의혹이 김 여사와 관련한 것인 데다 나머지도 거부권 행사나 시행령 조치 등 윤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한 행위를 문제 삼고 있어 내용이 조악하기만 하다. 윤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로 헌법상 국민 생명권 보장 조항을 어겼다고 한 대목에서는 누구라도 실소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총리가 탄핵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탄핵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에게 명백한 불법이 확인됐을 때 국회가 법률적인 최후 수단으로서 극히 예외적으로 행사하는 권한이다. 행정부처 인사의 조치와 법조인의 판단이 자신들 이념과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해서 마구 내질러선 안 된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검사 등 탄핵을 남발하면서도 대통령 탄핵에 선을 긋는 건 역풍을 우려해서다. 법학을 전공하고 가르친 법대 교수 출신이 너무 정치적 판단에 매몰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조국혁신당의 기자회견이 민주노총 주도의 윤석열퇴진운동본부 집회가 열린 날, 그 집회 장소에서 이뤄진 건 예사롭지 않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 집회에서는 “전봉준 정신으로 윤석열을 몰아내자”는 구호가 나왔다. 조 대표뿐 아니라 당의 다른 인사들도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민주노총은 얼마 전 전직 간부 3명이 간첩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사과조차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재판을 받는 조국과 간첩죄 연루 단체가 주동이 되어 제기하는 탄핵 공세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호응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