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체류자 A씨는 정부 단속에 적발돼 한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그는 올해 9월 관할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에 ‘보호 일시 해제’를 청구했다. 계약 만료일이 수개월 남은 전세보증금 2000만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출입국 당국은 “국내에 있는 다른 지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전세보증금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정부의 불법 체류자 감축 정책과 맞물려 강제 퇴거명령을 받고 본국으로의 송환을 위해 보호시설에 보호되는 외국인, 이른바 ‘보호 외국인’은 급증한 반면, 보증금을 받는 대신 보호를 일정 기간 해제하고 풀어주는 ‘보호 일시 해제’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에선 보호시설의 과밀화를 예방하고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면 보호 일시 해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법무부에 따르면 외국인 보호 일시 해제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직권 또는 당사자 청구에 따라,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협이나 회복할 수 없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우려 등 ‘인도적 사유’가 있으면 보호를 6개월간 해제하는 제도다. 300만∼2000만원의 보증금을 예치하게 하고, 주거 제한 등 조건도 붙인다. 법원의 보석과 유사하다.
보호 일시 해제는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출입국 당국이 당사자를 한 달에 한 번 이상 출석하게 해 사유 해소 여부를 확인한다.
이 같은 보호 일시 해제의 허가율은 지난해 26.0%로, 전년(65.0%) 대비 약 3분의 1 토막이 났다. 반면 대상자인 보호 외국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서 3만8636명을 기록했다. 전년(1만2102명)보다 3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2020∼2022년엔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으로 불법 체류자 단속 활동을 자제했고, 지난해부터 단속 강화로 보호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어 시설 신축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같은 기간 코로나19에 따른 항공편 운항 중단 등으로 보호 일시 해제를 적극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0월 말 ‘현원’ 기준으로는 1474명의 외국인이 전국의 보호시설 19곳에 있다. 법무부는 외국인 보호시설의 과밀 수용에 대한 별도의 기준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적정 수용 인원인 1623명을 기준으로 하면 90.8%가 차 있어 과밀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강성식 법무법인 케이앤씨 변호사는 “큰돈인 보증금을 몰수당하면서까지 도주하려는 외국인은 그렇게 많지 않다”며 “출입국 당국이 보호 일시 해제를 적극적으로 해주고, 그에 따라 보호시설에 생긴 여유 공간만큼 새로운 불법 체류자 단속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보증금을 상향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