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끈기가 있고 열정이 높을수록 불면증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불면증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잠에 들더라도 자주 깨는 병이다. 성인 3명 중 1명이 겪는다고 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다. 방치하면 정신 질환, 심장 질환, 당뇨병,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과거 불면증 치료는 수면제 등 약물을 처방하는 것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엔 약물 치료에 앞서 수면을 방해하는 생각, 행동, 습관 등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우선 도입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단순 약물치료만으로는 치료효과에 한계가 있고, 의존성 및 내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김재림 교수 연구팀은 심리학에서 ‘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으로 정의되는 ‘그릿(GRIT)’이라는 성격 특성에 주목했다. ‘한국인 수면-두통 연구설문’을 통해 수집한 2500여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그릿과 불면증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릿은 △근성 △끈기 △대담성 △회복 탄력성 △야망 △성취욕 △성실성 등의 심리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릿 점수가 높을수록 좌절 상황에서도 인내심을 가지고 일관적으로 성취 실현에 대한 노력을 이어가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 결과, 전체 응답자의 평균 그릿 점수는 3.27점(5점 만점)이었으며, 1.5점 이상 2.0점 미만의 최하 구간에서 불면증 호소 비율은 75% 수준으로 높은 반면, 3.5점 이상의 상위 구간에서 불면증 비율은 9.3%(3.5점 이상 4.0점 미만), 8.5%(4.0점 이상 4.5점 미만), 0.0%(4.5점 이상) 수준으로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그릿 점수는 불면증의 중증도와도 역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그릿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불면증을 호소할 확률이 60% 감소하고 수면 질 저하를 겪을 확률도 45%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릿 특성이 학업이나 직업적 성취와 연관될 뿐 아니라, 불면증을 감소시키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윤창호 신경과 교수는 “장기적 목표에 대한 끈기와 열정을 의미하는 ‘그릿’은 우울증 등 불면증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완충 작용을 하고, 압박·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우리 몸의 대응력을 강화함으로써 불면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불면증 치료 시 환자의 그릿을 평가하고, 이를 함양할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수면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Sleep Medici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