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백신 맞아야 하나요?”
최근 산부인과에서 늘어난 질문이다. 얼마 전 백일해로 인해 신생아 사망이 발생하면서 경각심이 커진 탓이다.
백일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백일 동안 기침한다’고 붙여진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에 감염돼 발생하는 제2급 감염병이다. 환자의 90%가 소아청소년이다.
◆백일해 감염력?… 독감 10배
백일해의 감염력은 상당히 높다. 한 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환자 수를 나타내는 기초감염재생산지수(basic reproductive ratio·R₀)는 감염병이 전파되는 속도를 수치로 보여준다. 홍역이 12∼18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전염성이 높은 질병 중 하나다. 백일해는 이와 유사한 12∼17로 매우 높은 전염력을 가졌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높은 감염력을 보였던 오미크론 변이 역시 10 이상으로 추정된다. 계절성 독감은 1.5∼2.5, 콜레라는 2∼4 정도다.
국내에서는 모든 영유아에게 생후 2, 4, 6, 15~18개월, 만 4~6세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 접종한다. 중요한 것은 총 4번의 접종을 모두 마쳐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이다. 이후 만 11~12세에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추가 접종을 시행한다.
문제는 생후 2개월까지다. 이른바 ‘모체 면역’이다. 산모가 임신 중 Tdap 백신을 접종하면 산모의 항체가 태아에게 전해진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영아기 백신 접종을 하기 전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백일해 사망이 없어서 이번 영아 사망 사건이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백일해 사망이 드물지 않게 있었다. 지난 22일 열린 대한소아감염학회 학술대회에서 분당차병원 이택진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에서 지난 12년간 31명의 영유아가 백일해로 사망했다. 이 중 25명이 임신 기간 백일해 백신을 맞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아기가 백일해 감염자와 접촉할 경우 치료제 복용을 통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접촉일로부터 2주 이내까지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 이내 복용 시 예방 효과는 89%였지만, 3주부터는 2.8%에 불과했다. 오차범위를 포함하면 사실상 효과가 없는 셈이다.
◆‘훕’소리 증상… 영아에서 구별 불가해
백일해는 콧물, 결막염, 눈물, 경한 기침, 미열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먼저 나타난다. 백일해는 짧은 발작성 기침과 끝에 길게 숨을 들이쉴 때 ‘훕(Whoop)’ 소리가 특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영아에서는 구분이 불가능하다. 특히 영유아에 치명적인 백일해의 검사·치료가 지연되는 이유기도 하다.
대한소아감염학회 이진아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백일해로 인해 걱정이 높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운 병은 아닌 만큼 과도한 공포심은 적절하지 않다”며 “과거 해외에서는 백일해 부작용 공포로 접종률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백일해로 인한 사망이 올라가는 사례가 있었다. 그만큼 백신은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