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투표한 여당 의원 3명 중 1명인 김예지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공식적으로 투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표결에 앞서 당 의원총회에서 찬성 의사를 밝혔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따르겠다. (탄핵 찬성표가) 한 표 더 나온다면 누군지 물어볼텐데 저는 가결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을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어 반대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그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당적이 있다고 해도 당에 맡기겠다는 발언은 적합하지 않다”며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수 국민들은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데,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경선이나 후보 시절 ‘AI(인공지능) 윤석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혹평했다.
본회의에 앞서 김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공개적으로 제가 어떤 결정을 할지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의총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당내) 소수 의견이지만 저는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 온 것이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면서 “표결로 말씀드리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 이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모두 부결시키겠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국민의힘은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김 여사 특검법 표결에는 참석해 부결시켰고,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인한 이탈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탄핵안 투표에는 불참했다. 김 의원은 중진 의원들을 비롯한 당내 설득에도 표결에 참석해 소신을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윤 대통령 탄핵안은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표결에 참석해 의결 정족수(200명) 미달로 폐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 192명과 국민의힘 안철수·김예지·김상욱 의원이 투표했고, 3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 중 안 의원은 찬성표를, 김상욱 의원은 반대표를 던졌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김 의원은 지난 3일 밤 계엄 해지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 담을 넘으려 했지만, 끝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4일 페이스북에 “늘 배리어프리(Barrier Free·장벽이 없다는 뜻)의 중요성을 외쳤던 제가 물리적 ‘배리어’를 느끼는 암담하고 절박한 순간이었다”면서 “몸은 장벽으로 본회의장에 함께할 수 없었지만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대한 마음은 이미 찬성 버튼을 백만번은 더 눌렀던 것 같다”고 적었다.
박상수 대변인은 해당 글을 공유하며 “시각장애인임에도 김 의원은 담을 넘어 본회의장에 가려 했지만 한동훈 대표가 위험하다고 전화로 만류해 담을 넘지 않고 국회 담장 주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