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탄핵 반대해도 1년 지나면 다 찍어준다”는 與 의원의 인식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서 여당 중진의원의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5선인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그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뒤 비판 여론을 우려하는 초선 김재섭 의원에게 “1년 후에는 다 찍어주더라”라고 얘기해 줬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그는 김 의원이 최근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먹는데 어떻게 해야 돼”라고 물어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 반대해서 그때 욕 많이 먹었다”며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유권자인 국민을 우습게 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윤 의원은 2016년 새누리당 시절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가 2020년 총선 때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해 복당한 인물이다. 그는 “1년 뒤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하면서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라며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은 또 달라진다”고도 했다고 한다. 여당 중진의원이 비상한 시국에 유튜브 채널에 나가 이런 몰지각한 발언을 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지금이 국회의원 선거 영향이나 따지고 있을 때인가.

국민의힘 상황을 들여다보면 의원 개인의 말실수쯤으로 흘릴 일은 아닌 것 같다. 한동훈 대표가 당정이 중심을 잡고 상황을 수습해가겠다고 했으나 집권 여당에 그런 능력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 탄핵안 폐기 직후 사의를 표명한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 문제를 놓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충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우여곡절 끝에 재신임이 이뤄지긴 했으나 정작 당사자인 추 원내대표가 받아들이지 않아 12일 경선을 통해 새로 뽑기로 했다. 지금 계파 갈등이나 벌이고 있을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를 비롯해 원내지도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소추안,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각종 특검법 처리까지 예고했다. 정부가 제출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서 4조1000억원을 자른 것도 모자라 추가 삭감까지 하겠다고 한다. 거대 야당의 총공세 앞에 지리멸렬이나 하고 있으니 집권 여당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