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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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독일 총선 개입… 극우 정당 지지하며 숄츠 때려

SNS 통해 “AfD만이 독일 구할 수 있어” 주장
숄츠 겨냥해선 “무능한 바보… 즉각 물러나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측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독일 총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를 선언하며 올라프 숄츠 현 총리의 하야를 독촉한 것이다. 머스크는 오는 1월20일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신설 기관인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을 맡을 예정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독일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AfD뿐”이라고 밝혔다. AfD는 총선 공약으로 독일의 유럽연합(EU) 탈퇴, 유로화(貨) 폐기 및 마르크화 복원, 이민자에 대한 강력 단속 등을 내걸었다.

 

오는 2월23일로 예정된 독일 하원의원 총선거를 2개월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AfD는 약 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에 이은 2위에 해당한다. 현 집권당인 숄츠의 사회민주당(SPD)보다도 높은 수치다.

 

머스크라는 든든한 우군의 등장에 AfD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AfD의 총리 후보인 앨리스 바이델은 머스크의 SNS 게시물에 “그렇습니다! 당신의 말이 완전히 옳아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반대로 머스크는 숄츠에 대해선 저속한 표현을 써 가며 물러나라고 압박했다. 그는 이날 독일 마그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차량 돌진 사고로 최소 2명이 숨지고 70명 가까이 다쳤다는 현지 언론 보도를 SNS에 공유했다. 그러면서 숄츠를 “무능한 바보”(Incompetent fool)라고 폄훼한 뒤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독일 정부 대변인은 “머스크가 독일 정치에 대해 간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신경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머스크의 극우 편향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는 영국과 이탈리아의 극우 정당에도 강한 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머스크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