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차 연금개혁에 대한 2030세대의 불만은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는 10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민연금 문제는 결국 2030세대 문제이고 연금개혁 또한 2030세대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당장 윗세대인 4050세대만 해도 따지고 보면 연금개혁을 안 해도 되는 세대란 게 장 이사 설명이다. 그는 “40살인 1985년생 기준으로 보면 이 분들이 연금을 타는 건 2050년이다. 3차 연금개혁 전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이 2056년이었으니깐 이들은 6년간 연금을 받는 셈인데, 이것만 해도 대부분 1985년생에겐 ‘본전’”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가입자 상당수가 직장가입자이고 이 경우 회사가 보험료 2분의 1을 내주는 걸 감안할 때 4050세대는 기금 고갈에 따른 피해를 대개 비껴간다는 논리다.
장 이사가 최근 책 ‘2030을 위한 연금개혁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연금개혁 문제가 다른 어떤 세대가 아니라 2030세대의 문제라는 인식에서였다. 행정고시 34회 출신인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 관련 사무관·과장·국장 등을 모두 지내 ‘연금 제도 전문가’로 꼽힌다.
더 내고(보험료율 9%→13%) 더 받는(소득대체율 40%→43%) 3차 연금개혁에 대한 2030세대 불만은 대체로 소득대체율 인상에 집중돼 있다.
‘연금 수급이 얼마 남지 않은 윗세대가 더 많은 돈을 타게 해 재정 부담을 키우고 그걸 고스란히 우리 세대가 떠안게 된다’는 논리다. 장 이사는 “우리가 이런 인상을 갖는 건 국민연금 재정 내 기금 수익금 비중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은 거둬들인 보험료를 그대로 은퇴 인구에게 지급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최근 10년간 국민연금 수입구조를 보면 기금 수익금 비중이 평균 51.4%, 최근 5년 기준으로는 56.4%까지 늘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 연간 운용 수익률은 무려 15.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장 이사는 “수익금 대개가 해외에서 나온다. 국민에게 지급하는 연금 재원이 해외에서 오는 것”이라며 “이걸 알고 보면 보험료 납부가 ‘투자’가 된다. 1200조원 이상 되는 거대 공적 연금이기에 이 정도 수익 구현이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보험료가 투자 재원이 된다는 관점에서, 3차 연금개혁으로 4050세대가 추가 납부하게 되는 보험료 인상분은 “2030세대에게 주는 선물”이라고도 했다. 장 이사는 “4050세대 연금 수급 개시 전 보험료율이 인상되면서 더 많은 투자 재원이 생기게 됐다. 인구 수 기준으로 4050세대가 2030세대의 1.7배다. 이들 보험료 인상분이 곧 수익금을 키우고 그건 2030세대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셈”이라고 했다.
다만 이 혜택도 결국 기금이 고갈되지 않아야 유효할 터다.
3차 연금개혁으로 고갈 예상 시점은 9년 정도 늦춰져 2065년이 됐다. 이건 결국 노인 인구 비중이 두터워지는 인구 구조 때문이다. 장 이사가 지적하는 건 이 ‘역삼각형 인구구조’가 영원하진 않다는 것이다. 그는 “베이비붐 막내 세대인 1974년생이 2074년이면 100세가 된다. 이 때로부터 한 세대인 30년이 지난 2105년이면 경제활동인구(15∼64세)가 65세 이상 노인 인구를 역전해 인구 구조가 정상화된다”며 “결국 이 말은 고갈 예상 시점인 2065년 이후 40년 동안의 ‘재정절벽’ 구간만 넘길 수 있다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단 뜻이다. 3차 연금개혁으로 이 방안을 논의할 시간을 번 것”이라고 했다.
4차 개혁 논의가 여기에 방점이 찍혀야 하는데 가입자가 받는 돈을 줄이는 식의 개혁은 정치·사회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장 이사 생각이다. 그가 제안하는 건 최대한 빨리 국고를 투입해 완충기금 성격의 ‘퓨처펀드’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장 이사는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 이미 완충기금을 운영 중이다. 이건 완전 적립형이기 때문에 온전히 투자 기금으로 쓰여 수익금 비중을 두툼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 예산의 0.2∼1%’면 된다. 1%면 6조7000억원, 0.2%면 1조3400억원 정도”라고 했다.
장 이사는 국민연금 고갈로 인한 미래 재정 소요를 절감한단 의미에서 퓨처펀드가 일종의 ‘선(先)투자’ 성격을 띤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처 단위로 보면 그간에 국민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복지부는 할 만큼 했다”며 “이제 기재부가 나서야 할 때다. 당장의 재정만 볼 게 아니라 미래 재정을 고려해 퓨처펀드 조성에 전향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