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야당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 협치행보를 걷는 이재명 대통령과는 다른 행보다. 전통 지지층을 결집해 낮아지는 당 지지율을 지탱하는 한편 악역을 자처해 이 대통령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 대표는 ‘내란 척결’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12·3 불법계엄 사태로 촉발된 내란 사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비상상황이라는 것이 정 대표의 논리다. 국민의힘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사과 등이 없으면 만나지 않겠다면서 “악수는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 정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국민의힘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김대중 대통령 16주기 추모식이 열린 서울현충원에서 정 대표는 송 위원장을 만났지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정 대표는 12·3 불법계엄에 반대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도 만나지 않고 있다.
건국절 논란에도 불을 붙였다. 정 대표는 18일 최고위에서 “건국절을 1948년 8월15일로 하자는 속셈은 그 이전엔 나라가 없으니 애국도 없고 매국도 없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런 역사내란 세력도 철저하게 척결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수진영 내 ‘건국절’ 주장세력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정 대표 측은 이러한 강공모드에 정치적 계산이 없다고 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내란의 잘못을 인정도 사과도 없이 ‘도로 내란당’으로 돌아가고 있는 잘못을 모른 체 덮고 거짓 평화를 말하는 것이 참 평화이겠느냐”며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새 살이 돋을 리가 없다”고 적었다.
하지만 정 대표 측의 공세에 야당의 불쾌감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자연히 양측 간 협상 접점을 찾는 모양새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송 비대위원장은 20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직까지도 야당의 ‘막말 대포’였던 시절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건 국민이 슬퍼해야 될 상황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 대표에 먼저 손 내밀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기본적인 인성이 부족한 그런 분에게 또 악수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조금 적절하지 않다”며 날 선 반응을 내놓았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정 대표의 강성발언이 꼭 좋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여당은 결과물을 내야 하는데, 여야 협상이 자꾸 무산되면 여당 원내지도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