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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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딸 타이레놀 먹었는데”…자폐 위험 높인다고? [수민이가 걱정해요]

입력 : 2025-09-23 05:36:09
수정 : 2025-09-23 07: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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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여성이 임신 중 타이레놀을 복용한 뒤 출산하면 아기의 자폐증 위험이 커진다면서 식품의약국(FDA)이 이를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발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명확한 의학적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FDA는 의사들에게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에 대해 즉시 효력을 발생하도록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AP

이어 “아세트아미노펜은 기본적으로 타이레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임신 중 복용하면 (태어날 자녀의) 자폐증 위험을 매우 높일 수 있다”며 “따라서 타이레놀 복용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FDA)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을 제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할 것”이라며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열”을 들었다.

 

그러면서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복용해야 할 것이지만 조금만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내에서 ‘백신 음모론자’로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AP통신은 “새로운 권고에 대한 의학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도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신뢰성 높은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는 전날 성명을 통해 "지난 10여년 간 주요 의학 전문가들과 글로벌 규제 당국의 검증을 거친 엄격한 연구들은 아세트아미노펜과 자폐증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신뢰성 높은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우리는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같은 결론을 내린 공중 보건 및 의료 전문가들과 입장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을 집어 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미 행정부는 류코보린(leucovorin)을 잠재적 자폐증 치료제로 홍보할 계획이다.

 

류코보린은 일반적으로 암 치료 과정에서 다른 약물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 쓰이는 처방 의약품이다. 통상 약물 부작용을 완화하고 비타민 B9 결핍을 치료하는 데 처방된다.

 

최근 자폐증을 앓는 아동을 대상으로 류코보린을 투여한 임상시험 결과, 언어·의사소통 개선 효과가 관찰돼 과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자폐증이 주로 유전적 요인이며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의사소통 능력의 어려움과 반복적인 행동이 특징인 신경 발달 장애다. 미국에서 증가 추세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8세 어린이 31명 중 1명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 2000년에는 150명 중 1명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