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기후 변화는 전세계에서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7개의 국제 분쟁을 중재하는 동안 유엔은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며 유엔의 무능을 비난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다자주의의 성지인 유엔에서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미국 우선주의 국제질서를 역설하면서 안그래도 재정적•구조적 위기를 겪는 유엔에는 상징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유엔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기후 변화가 사기극이라며 “기온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은 ‘기후 변화’”라고 비꼬았다. 그는 “한 유엔 관리가 1989년에 ‘10년 안에 지구온난화로 전체 국가들이 지도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는 지구 냉각이 세상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엔 총회에 참석한 각국 정상을 향해 “이 ‘그린 사기’(green scam)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여러분의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며 “탄소 발자국도 악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꾸며낸 사기이며, 그들은 완전한 파멸의 길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1월 취임 후 7개의 국제 분쟁 종식을 자신이 중재해왔다며 그동안 유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성토했다. 그는 “나는 이들 전쟁을 멈추고 수백만 명을 구하기 위해 분주했는데, 유엔은 거기에 없었다”며 “유엔의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러면서 “유엔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는 일은 정말 강경한 어조의 편지를 보내는 것 뿐인데 후속 조치는 전혀 없고, 공허한 말뿐이다. 공허한 말로는 전쟁을 해결하지 못한다. 전쟁을 해결하는 것은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키면서 유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개발원조 등 유엔 산하기구로 들어가는 여러 지원금을 중단하면서 유엔의 재정난도 만만치 않다. 유엔의 관료제도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돼 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고 다자주의를 배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약점 삼아 다자주의를 거세게 공격한 것이다.
◆“미국 주도 질서 참여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국내 연설과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자신의 치적 홍보에 나섰다. 그는 “내 첫 임기에 번영하고 평화로웠던 세계를 향해 이 웅장한 홀에 서서 연설한 지 6년이 지났다”며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있는 동안 세계와 미국은 위기와 재난의 연속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 내 행정부 출범 8개월 만에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나라가 됐으며, 그 어느 나라도 근접조차 하지 못한다”며 “미국은 지구사의 어느 나라보다 가장 강력한 경제, 국경, 군대, 우정, 정신을 지닌 축복받은 나라다. 지금이 진정 미국의 황금기”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오늘 더 안전하고 번영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하려는 총회장의 모든 국가에 미국의 리더십과 우정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왔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모든 국가가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먼저 러시아산 석유를 구매하는 중국•인도를 지목하며 “전쟁의 주요 자금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이유로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입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향해서도 “러시아가 전쟁을 끝낼 합의 준비가 안 됐다면 미국은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완벽히 돼 있다”고 강조했다. 관세를 통해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세계 각국의 강경한 이민 정책 동참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서유럽의 불법 이민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그 원인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지목한 뒤 “이민 정책과 그들의 자살적인 에너지 정책은 서유럽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