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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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똑같은 맛 아니었어?”…지금까지 먹은 ‘한우’ 알고 보니

입력 : 2025-09-27 05:00:00
수정 : 2025-09-25 15: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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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다양한 품종 존재…황우·흑우·칡소 대표적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한우 잇다’ 캠페인 진행
“품종마다 다른 풍미·식감…한우 관심 확산되길”

“우리 한우, 한 종류인 줄 알고 계셨죠?”

 

흔히들 ‘한우’ 하면 황갈색의 소를 떠올리며 단일 품종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우에도 흑우·칡소·백우 등 다양한 품종이 존재한다. 품종별로 맛도 다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서경한우프라자 역삼점에서 ‘한우 잇(EAT)다: 토종 한우로 색다른 맛을 잇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차이를 알리는 시식회를 진행했다. 올해 진행 중인 한우 소비 촉진 캠페인 ‘한우 잇(EAT)다: 모두를 잇다, 먹다, 즐기다’의 일환이다.

한우 품종 중 황우·칡소·제주흑우의 치마살 부위.

 

한우는 우리나라의 고유 소 품종으로, 본래 검정소·누렁소·얼룩소 등 다양한 모습이 존재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해외 반출 등으로 다양성이 크게 줄었고, 황갈색 털을 가진 황우가 주로 사육됐다. 광복 이후 1960년대부터 한우 육용화 개량이 시작된 뒤 1969년 한국종축개량협회 설립과 함께 본격적인 품질 향상이 추진되면서 고급 식재료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한우는 1등급 이상 출현율이 75%에 달한다.

 

한우의 대표 품종은 뭘까. 먼저 대중적으로 가장 친숙한 품종인 황우가 있다. 일반 한우로 인식되는 품종이다. 성질이 온순하고 거친 사료에도 잘 자라는 강한 적응력을 보인다. 칡소는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 세로줄 무늬를 띈다. 얼룩무늬가 호랑이를 닮아 ‘범소’로도 불린다. 희소 품종으로 꼽히는데, 현재 개체 수는 2000여두로 국립축산과학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보존과 개량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우 품종 중 제주흑우의 채끝 부위.

 

흑우 역시 희소 품종이다. 전신이 검은색으로, 제주도에서만 사육된다. 체구는 작으나 체질이 강건하고 지구력이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질병과 진드기 저항성도 강해 방목과 사양 관리에 유리하다. 2013년 천연기념물 546호로 지정됐다. 백우는 한우 품종 중 가장 희귀한 소로 꼽힌다. 황우와 같은 계통이지만 백색증으로 모색이 흰색이며 외래 품종 샤롤레와는 전혀 다른 우리나라 고유 품종이다. 멸종위기 가축유전자원으로 지정돼 국립축산과학원 보호 아래 관리된다.

 

한우 명예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김호윤 셰프는 “한우는 같은 부위라도 품종에 따라 고유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며 “많은 대중이 다양한 한우 품종의 맛과 차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직접 맛을 느껴볼수록 한우의 다양성과 문화적 가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서경한우프라자 역삼점에서 열린 ‘한우 잇(EAT)다’ 미디어 시식회에서 김호윤 셰프가 한우 커팅 시연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날 제주 흑우·칡소·황우(미경산우) 등 세 품종의 채끝과 치마살을 맛보니 모두 육질과 풍미가 제각각이었다. 세 품종 모두 같은 부위라도 품종에 따라 맛의 차이가 확연했고, 같은 종 안에서도 부위에 따라 맛이 달랐다.

 

마블링이 적당했던 황우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동시에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한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익숙한 맛이었다. 칡소는 씹을 때 느껴지는 조직감이 가장 단단했다. 그만큼 육향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더 강했다. 지방 함량이 낮아 저지방 고단백이 특징이다. 제주흑우는 육즙이 풍부해 감칠맛과 고소함이 입안에 오래 남아있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서경한우프라자 역삼점에서 열린 ‘한우 잇(EAT)다’ 미디어 시식회에서 한기웅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앞으로 토종 한우의 보존 필요성과 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방침이다. 토종 품종은 한우 산업의 근간이자 산업 확장의 기반으로, 품종별 다양성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것이 한우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한우자조금 설명이다.

 

한기웅 한우자조금 부위원장은 “한우는 우리 축산의 뿌리이자 고유한 유전 자원으로, 품종마다 다른 풍미와 식감은 한우산업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가치”라며 “한우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품종별 특성을 살린 다양한 홍보활동을 이어가 한우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소비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