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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리’ ‘총기수입’ ‘나라시’…“군대 내 일본식 표현 순화해야”

입력 : 2025-10-09 11:08:42
수정 : 2025-10-09 11: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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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언어습관, 전역 후
사회 전반으로 전파돼
“병영언어 순화 노력해야”

“이따 저녁 점호 때 총기 점호도 한다니까 쿠사리 먹기 싫으면 맞선임인 네가 수입하는 거 신삥한테 제대로 가르쳐라. 알았냐? 대답. 표정?”

 

“네가 불침번 초번이냐? 오늘 당직사관이 정비반장이니까 연등 쇼부 잘해라. 알았냐? 대답. 표정?”

8월 19일 APEC 대비 및 2025 을지연습에서 참가 인원들이 테러상황 등에 대한 대처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급자가 뭔가 지시를 내린 뒤 잘 알아들었는지 하급자에게 대답을 요구하며 기분 나쁘더라도 표정 관리를 잘하라는 뜻인 것까지는 어렴풋이 알 듯하다. 하지만 나머지 내용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이 적잖을 것이다. 이 문장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울 일은 아니다. 당초 우리말이 아닐뿐더러 시급히 순화해야 할 일본식 표현이기 때문이다.

 

위 문장 중 첫 번째를 순화하면 “이따 저녁 인원점검 때 총기도 점검한다니까 지적받기 싫으면 맞선임인 네가 손질하는 거 신병에게 제대로 가르쳐라” 정도가 될 것이다. 두 번째의 경우 “네가 불침번 첫 시간대 근무냐? 오늘 당직사관이 정비반장이니까 TV 시청 허락 잘 받아라”라는 식으로 표현을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회 국방위원회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보고에 따르면, 이처럼 충분히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일본식 표현들이 군대 내에서 여전히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가라’(가짜, 허위), ‘시마이’(마무리), ‘나라시’(평탄화 작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군내 은어나 속어는 바람직하지 못한 언어습관으로 굳어져 사회 전반에 전파된다는 것이 황 의원의 지적이다.

 

황 의원은 “우리말의 우수성과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식 한자어, 일본어, 은어, 속어 등을 우리말로 순화하려는 시도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많은 청년들이 군대를 거쳐 사회에 진출하는 만큼 국방부도 병영언어 순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