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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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원하는 트럼프 “오바마는 美 망치기만 했는데 상 받아”

입력 : 2025-10-10 10:52:53
수정 : 2025-10-10 10: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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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를 하루 앞둔 9일(현지시간)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을 “망치기만 했는데” 상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바라는 모습을 꾸준히 보인 바 있다. 특히 노벨평화상 발표를 이틀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합의를 발표한 것이 노벨평화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욕심을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취재진으로부터 노벨평화상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 상을 받았다”며 “우리나라를 망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들(노벨위원회)은 상을 줬다”고 말했다. 2009년 1월 취임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해 10월 핵확산 방지 및 중도 평화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호명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선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며 “나는 8개의 전쟁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음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자신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스라엘-이란, 파키스탄-인도 등 간에 벌어진 7개의 무력충돌을 자신이 끝냈다고 공언해왔다. 여기에 더해 전날 발표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가자 평화구상 1단계 합의도 자신의 성과에 포함시켜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말한 것이다.

 

일단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을 갖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노벨평화상은 일반적으로 전년도 업적을 기준으로 수여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후보자 신분이었으며 평화와 관련한 특별한 업적을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수상자는 이미 6일에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현재까지 6번 이상 노벨평화상에 대해 ‘장황하게’ 언급했다고 전했다. 한 예로 그는 지난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나에게 절대 노벨평화상을 주지 않을 것이다. 유감이다. 받을 자격이 있는데도 그들은 절대 안 준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가 말한다. 나의 업적 하나하나마다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라며 “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상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꾸준히 로비를 벌여왔다.

 

다만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벨위원회 측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감지된다. 노벨위원회 예르겐 프리드네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실명으로 언급하며 “심지어 민주국가에서도 표현의 자유가 침식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르웨이 평화연구소(PRIO) 니나 그래게르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목표 중 일부가 노벨상의 기본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란 핵시설 공습, 파리기후협정 탈퇴,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의 인도주의 지원 감축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