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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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이 전자담배 찾는 이유 “냄새 없고 구매 쉬워”…신분증 검사 안하기도

입력 : 2025-11-05 10:54:44
수정 : 2025-11-05 1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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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자판기, 10개 중 1개는 신분증 검사 안 해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 흡연 행태가 액상형 전자담배 위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학생들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일반담배(궐련)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피우는 가장 큰 이유는 냄새다. 일반 궐련형 담배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반면 전자담배는 기호에 따라 사탕, 과일, 꽃 등 다양한 형태의 향 조합이 가능하다.

 

또 다른 이유는 구매가 쉽다는 점이다. 정부 실태조사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 자판기 10개 중 1개가 성인인증 없이도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으로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무인 판매 특성상 적발·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선 4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241개 전자담배 자판기를 점검한 결과 성인인증 장치를 달지 않은 기기는 17개,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기기는 10개로 나타났다.

 

전체의 11.2%가량이 성인인증을 하지 않더라도 담배를 살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무인판매업소 점검 당시 성인인증 장치 외부 설치 여부도 조사했는데, 미설치 업소가 241곳 중 200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성인인증 장치를 외부에 설치한 41개소 중에서도 5개소는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성평등부(당시 여성가족부)는 고시를 통해 전자담배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하고 청소년 대상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에 국한돼 있어 화학적으로 합성된 전자담배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 때문에 전자담배 무인판매점은 담배 소매인 지정이나 자동판매기 제한을 받지 않고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또 현행법상 전자담배 무인매장은 청소년출입금지업소가 아니어서 외부에 성인인증장치를 설치할 의무가 없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합성니코틴 제품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지만 법 시행은 공포 후 6개월 뒤이기 때문에 최소 반 년 동안은 청소년들이 전자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홍배 의원은 “전자담배 무인판매소는 사실상 무규제 판매소”라며 “성평등부는 담배사업법 개정안 통과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출입·판매 단계 성인인증 의무화, 현장 합동점검 강화 등 즉시 가능한 행정조치를 통해 관리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질병관리청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시한 ‘청소년건강패널조사’ 1∼6차(초6∼고2) 통계 주요 결과에 따르면 학년이 높아질수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많아졌고, 여학생들은 전자담배 중에서 액상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남학생은 여전히 궐련을 선호했으나 여학생은 궐련이 아닌 액상형 전자담배로 선호도가 바뀌었다.

 

청소년건강패널조사에서 여학생의 사용률 1위 담배 제품이 궐련이 아닌 액상형 전자담배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담배는 한참 성장기인 우리 학생들은 물론 성인에게도 폐암 등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만큼 가정에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