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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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업체만 좋은 준공영제?… 경실련 “제도 전면 재설계 필요”

입력 : 2025-11-11 16:04:23
수정 : 2025-11-11 1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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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준공영제로 18년간 6조 3000억원 투입
“버스업체의 경영위험을 공공이 떠안는 구조”
‘표준운송원가 검증’ ‘예산 집행 과정 공개’ 등 대책 제시

버스 준공영제 도입 18년 동안 6조원이 넘는 재정지원금이 투입됐지만 노선과 배차가 축소되며 공공성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면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버스 준공영제 20년 서울시 개편안 분석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버스 준공영제가 뚜렷한 공공서비스 개선 없이 막대한 세금만 들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비용은 모두 공공이 부담하지만 민간의 효율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운영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사모펀드의 준공영제 버스업체 인수 확대로 대중교통 공공성이 후퇴하고 안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수익 극대화를 중시하는 사모펀드 유입으로 수익성이 낮은 노선·배차의 축소 등으로 대중교통의 공공성은 후퇴하고 안전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익 누적으로 인한 배당과 내부유보 확대로 배당액이 2015년 222억원에서 2023년 581억원으로 2.62배,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15년 2821억원에서 2023년 5224억원으로 1.8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체는 “재정지원이 2019년 이후로 3배 이상 늘었는데도 민간 버스회사의 이윤과 배당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며 “결국 보조금·요금 인상으로 늘어난 재원이 서비스 개선보다 이익·배당·내부유보로 흘렀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도 도입 이후 재정지원금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경실련이 파악한 2004년부터 2022년까지 재정지원 금액은 모두 6조3000억원 수준이다. 단체는 “재정지원금 역시 매년 2000~30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1년 4561억원, 2022년 8114억원, 2023년 8915억원으로 해마다 2배씩 급증하고 있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단체는 공공성은 보장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외부평가와 회계감사로 표준운송원가를 검증하고 예산 수립부터 집행까지 모든 과정을 공개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수입금공동관리형 준공영제가 운송 수입과 관계없이 표준운송원가로 계산한 운영비를 전액 보전해 민간 버스업체의 경영위험을 공공이 떠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진단에서다. 

 

이 밖에도 △전문가·시민단체 협의체 상설화 △2004년 협약서 정기 개정 △노선 조정권·차량 일부 공영화 검토 △총액입찰제나 운행거리당 원가 정산 도입·비협조 업체 제재 규정 마련 △대당 기준을 ㎞당 표준원가로 전환 △버스정보시스템(BIS)과 연계로 노선별 비용·수입 실시간 공개 △조합 일괄협약의 개별업체 협약 전환 △버스법 제정(여객자동차법 분법) 등 방법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