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가 교육·여행·부동산·유통 등 산업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에 벤처 업계와 학계에서 ‘추진 철회’ 촉구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이 정책은 여러 고객 서비스에 일반 국민이 기입한 데이터를 한 중개기관에 넘기고, 이 기관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은행, 보험사, 통신사 등 여러 기관에 흩어진 개인정보와 거래 데이터를 동의한 제3자 서비스에서 활용토록 하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가 클릭 한 번으로 민감성 정보를 모두 특정 중개기관에 보내게 되면서 유출 피해 우려를 제기하는 벤처 업계는 막대한 투자로 모은 데이터를 경쟁력 삼은 스타트업들의 성장 동력이 꺾일 수 있다고 반발한다.
◆사생활 노출 가능성…벤처는 경쟁력 악화
2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디캠프 선릉점에서 연 ‘마이데이터 정책 스타트업 간담회’에서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소비자와 스타트업 등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행령이 통과되면 최대 200개의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가 전문 중개기관에 공유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사생활이 완전히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고객 주문 패턴, 가격 정책, 셀러 정보 등은 기업이 수년간 투자한 영업비밀로 고객 민감 정보가 포함됨에도 이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송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치명적인 결함”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개보위는 ‘본인전송요구권(개인정보이동권)’을 전체 업종으로 확대하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놨다.
시행령은 이달 말 규제개혁위원회 본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열람과 처리를 법정 대리인(부모·후견인)을 통해 할 수 있는데, 새 시행령은 대리인 범위를 영리 목적의 중개기관으로 확대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보위가 지정한 제3자 중개기관은 일반 국민의 동의를 받고 다양한 영역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학계와 업계 안팎에서는 효용성보다는 부작용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비자는 민감한 정보를 중개기관에 클릭 한 번에 제공하게 되고, 스타트업·영세 중소상공인 판매자 등의 정보가 경쟁사에 노출돼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면서다.
이런 우려에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해 유통 등 산업의 마이데이터 확대 추진 제외를 개보위에 권고했다.
개보위는 권고를 수용했다가 번복, 올해 시행령을 재추진 중인 상태다.
◆스타트업 창업 의지 꺾여…비용도 부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중개기관 자격요건이 ‘자본금 1억원’으로 낮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수준의 IT 인프라와 보안시스템을 보유하지 않아도 적은 자본금으로 회사를 만들어 민감한 개인정보를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여서다.
SK텔레콤과 롯데카드, KT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자칫 국가 보안의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독창적 아이디어와 산출하는 데이터가 경쟁력인 스타트업의 창업 의지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계에선 데이터를 중개기관에 전송해야 하는 기업은 신규 API 인프라 등 별도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으로 초기 비용이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마저도 스타트업에는 큰 부담이다.
유정희 한국벤처기업협회 본부장은 “데이터 전송을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과 보안 리스크는 벤처기업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신규 창업과 혁신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높여 플랫폼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등 특정 중계기관에 정보가 편중화, 독점화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 현상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시행령 개정안이 철회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