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꼭 1년째인 3일, 서초동과 여의도가 다시 한번 ‘운명의 날’을 맞는다.
3일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김씨의 ‘3대 의혹’과 관련해 구형을 하는 결심 공판이 열리고, 2일엔 국회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방해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됐다.
최상수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3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연다. 결심 공판에서는 김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특검팀의 구형, 변호인의 최후변론, 김씨의 최후진술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결심 공판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이모씨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증거로 냈는데, 김씨 측이 채택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부가 이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며, 재판에서 이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당일 증인신문 이후 결심공판을 진행할지는 재판부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결심 공판 다음 날인 4일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씨를, 5일엔 로저비비에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의 부인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28일 수사 기간 만료를 앞두고 김씨의 매관매직 의혹 규명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검팀은 김씨가 지난해 자신의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연락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고자 이날 내란 특검팀(특검 조은석)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김씨 일가의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선 국토교통부 김모 과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했다.
아울러 특검팀은 집사게이트 의혹의 핵심 인물인 IMS모빌리티 조영탁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업무상 횡령, 외부감사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지난 9월 “구속 필요성이나 도주, 증거 인멸 염려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추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었다.
추 의원은 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로서 의원총회 장소를 세 차례 바꿔 소속 의원들의 국회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내란 특검팀은 지난달 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4일 수사기간 만료를 맞는 내란 특검팀의 사실상 마지막 영장 청구다.
특검팀은 영장심사에서 의견서 618쪽, PPT 304쪽과 별첨자료 123쪽 등 총 741쪽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 추 의원이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아 범죄의 중대성이 크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추 의원은 심문에 앞서 “정치적 편향성 없이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추 의원은 그날 원내대표로서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정치 특검이 신청한 영장은 삼류 공상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추 의원과 지난 9월 구속된 권성동 의원을 제외한 105명 의원 전원 명의로 ‘표결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사후 선포문 서명 의혹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공판도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공판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자신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1심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증언을 거부했다. 재판부와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 혐의 관련 질문에만 증언을 거부할 것을 제안했고, 한 전 총리는 이를 수용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정환 전 대통령실 수행실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인 지난해 12월3일 저녁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역사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라며 언성을 높였다고 증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