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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참사에 성난 홍콩시민… 3명 중 2명, 의회 선거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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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율 31.9%… 역대 2번째 낮아

아파트 화재에 정부 책임론 들끓어
투표소·시간 늘렸지만 관심도 저조

‘애국자만 출마’ 도입 후 2번째 선거
20석만 시민 직선… 야권 후보 전무
90석 전부 비비안 콩 등 친중인사로

7일 치러진 홍콩 입법위원회(의회) 의원 선거는 싸늘한 민심을 보여줬다. 최악의 아파트 화재 참사로 인한 침통한 분위기와 당국에 대한 불만 속에 투표율은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애초 ‘친중’ 성향만 출마할 수 있었던 이번 선거를 통해 견제 목소리 없는 홍콩 의회 90석이 새롭게 꾸려졌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입법회 선거 최종 투표율은 31.9%로 집계됐다. 1997년 홍콩 반환 후 최저를 기록했던 2021년 30.1%보다는 높았으나 여전히 유권자의 3분의 1에 못 미쳤다. 이마저도 투표시간을 연장하고 투표소를 추가 개설해 끌어올린 숫자다. 홍콩은 이날 투표시간을 두 시간 늘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1시 30분까지 16시간 동안 투표를 진행했다.

홍콩에서 열린 입법위원회 선거 기간인 7일 타이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후보자들을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록 선거관리위원장은 “화재로 사회 분위기가 침체돼 선거를 조직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지난달 159명이 사망한 ‘웡 푹 코트’ 아파트 화재로 정부에 대한 반감이 확산한 것이 저조한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특히 참사의 주요 원인이 아파트 개보수에 사용된 불량 자재로 밝혀지면서 안전관리에 소홀한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이번 선거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투표하지 않았다고 밝힌 한 70대 주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화재로 매우 속상하다”며 “우리를 실망시킨 친정부 정치인들을 뽑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화 세력을 지지하는 시민 다수가 투표를 포기한 것도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는 2021년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홍콩 선거제가 개정된 이후 두 번째 입법회 의원 선거다. 입법회 의원 선거 투표율은 2012년 53.05%, 2016년 58.28% 등 50%를 넘겨오다 선거제 개편 이후인 2021년부터 30%대로 뚝 떨어졌다.

AP통신은 “전통적으로 민주파에 투표하던 유권자의 약 60%가 투표하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가 여전히 친정부·야권 지지층 간의 분열을 보여준다”고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를 인용해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친중 성향을 검증받은 후보 161명이 출마해 90석 중 20석만 시민들이 직접 뽑았고, 나머지는 친중 진영이 장악한 선거인단에서 40석, 각종 이익집단 및 전문직 단체로 구성된 선거위원회에서 30석을 선출했다. ‘야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후보는 한 명도 없었다. 올해 2월 제1야당이던 민주당이 해산을 결정한 데 이어, 6월에는 마지막 남은 야당인 사회민주당연맹(LSD)까지 해산하면서 홍콩 내 민주화 세력이 공식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중도파를 포함해 현직 의원 40%에 해당하는 35명이 이번 선거에 불출마했다. 지난해 파리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로, 친중 논란에 휩싸여 은퇴를 선언했던 비비안 콩이 당선자에 포함됐다.

존 리 행정장관은 이날 “비극 후 복구 및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 그리고 제도 개혁을 추진할 유능하고 헌신적인 의원 선출에 지지를 보내줬다”며 “새 입법회 의원은 지원 및 복구 작업을 위해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업무를 관장하는 중국 국무원 대변인은 “투표율이 이전보다 상당히 초과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