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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도 노벨상 받은 날, ‘베네수 돈줄’ 유조선 나포한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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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압박 전방위 확대

카리브 해상서 美 헬기·특수부대 투입
트럼프 “최대 규모 억류… 기름은 美 소유”
“마두로의 날 얼마 안 남아” 으름장도
베네수 “약탈 행위… 국제기구에 고발”

‘마두로 정적’ 마차도, 美 호위 속 탈출
오슬로 도착… “국민 대신 상 받으러 와”

미국이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과 특수부대를 투입해 베네수엘라 대형 유조선을 나포했다. 같은 날 민주화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정부의 감시를 피해 노르웨이에 도착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향한 베네수엘라 안팎의 압박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경제 라운드테이블 행사 연설에서 “방금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유조선 한 척을 억류했다”며 “억류한 유조선 중 사상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그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매우 타당한 이유로 억류했다”며 유조선에 실린 원유에 대해 “우리가 가질 것 같다”고 말했다.

마차도, 오슬로서 마두로 정권 비판 무장 병력을 실은 미군 측 헬기가 10일(현지시간) 베나수엘라 연안의 유조선에 접근하고 있다. 팸 본디 장관 엑스(X) 제공, 오슬로=AP연합뉴스

팸 본디 미 법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해안경비대가 전쟁부(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베네수엘라와 이란으로부터 제재 대상 원유를 수송했던 유조선에 대해 압수영장을 집행했다”고 적었다. 그는 중무장한 요원들이 헬기를 타고 유조선 갑판에 내려 선박을 장악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미 CBS 방송은 “카리브해에 주둔 중이던 세계 최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에서 시작된 이번 작전에 헬기 2대와 특수작전 부대, 해안경비대 10명, 해병대 10명 등이 투입됐다”고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건조된 지 20년 된 해당 유조선은 이란 및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연관돼 2022년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로 글로벌 석유 시장에 참여할 수 없어 복잡한 중개를 거쳐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 정유사들에 판매해 왔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베네수엘라 에너지 자원을 의도적으로 빼앗으려는 계획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국제기구에 이 중대한 국제 범죄를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로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1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조선 나포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국가 자원을 이용해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팸 본디 장관 엑스(X) 제공, 오슬로=AP연합뉴스

미국의 유조선 억류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카리브해에서 수개월간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해온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그(마두로 대통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마두로 정권의 감시망을 피해 잠적해 온 마차도는 11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한 호텔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호텔 밖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했다. 이어 노르웨이 의회를 방문해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마차도는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신해 상을 받으러 왔다”며 “적절한 때에 베네수엘라로 이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차도는 구체적인 귀국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폭정을 하루빨리 끝내고 자유로운 베네수엘라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차도 출국 작전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는 가발을 쓰고 변장한 채 10개의 군 검문소를 통과해 목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건너 네덜란드령 퀴라소로 이동했다. 이후 미군 F-18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전용기를 이용해 노르웨이에 도착했다. 마차도는 “나의 오슬로행을 위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걸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마차도가 국제무대에 전면에 나서고 미국이 지지하면서 마두로 정권의 대내외적 입지는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