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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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필리버스터에 등장한 ‘러브 액츄얼리’ 스케치북

입력 : 2025-12-11 17:40:01
수정 : 2025-12-11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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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액츄얼리’라는 영화에 나오는 걸 본떴고요. 예쁘게 성탄절 분위기 내려고 빨간색에 무늬도 넣었어요.”

 

1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첫 주자로 나선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법왜곡죄?=판·검사 협박수단’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넘겨 보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곽 의원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안건과 관계있는 이야기를 하라’며 곽 의원의 발언을 제지할 때는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는 문구가 적힌 장을 펼쳐 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위헌성을 설명할 때는 ‘내란전담재판부?=위헌전담재판부’ 라는 문구를 단상 위에 올려 둔 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봅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곽 의원은 지난번 본회의에서 벌어진 나경원 의원 토론 중단사태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토론에 나섰다. 뉴시스

곽 의원은 스케치북의 ‘용도’에 대해 “심심해하실까 봐”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법안 등을 ‘8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철회할 때까지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12월 임시국회 내내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예정이라 국민의힘 내에는 필리버스터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갖가지 ‘방책’이 강구되는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을 내리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국민의힘이 규정한 ‘8대 악법’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 및 법원행정처 폐지, 재판소원(4심제) 도입,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범위 확대, 정당 현수막 규제, 유튜버 징벌적 손해배상제, 필리버스터 제한법이다.

 

곽 의원은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주요 법학자들부터 대법원까지 위헌적인 법안임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며 “(내란전담재판부는) 독일 나치 시절의 특별재판소와 매우 유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너무나 애매하고 자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헌법이 정한 명확성의 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위헌적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또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속칭 ‘선출권력 우위론’ 한 마디에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만든 위헌적인 이 대통령 하명법, 지키기 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9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마이크를 우 의장이 “법안과 상관 없는 발언을 한다”고 꺼버리면서 파행을 빚었다. 이날도 곽 의원이 하급심 판결문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등에 대해 이야기하자 우 의장이 “국회법 위반이니 안건으로 들어가라”고 지적했고, 곽 의원은 “의장이 또 방해하실까봐 (안건으로) 들어가겠다”고 맞섰다.